그람음성균 이중 막 동시 공략…살모넬라균 95% 사멸 효과
미 콜로라도대 연구진, 저널 'PLOS 병원체'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다른 고위험 질병에 대응하는 의료체계에도 큰 공백을 만들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증이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2050년께엔 전 세계에서 한 해 약 1천만 명이 이런 세균 감염으로 사망할 거라는 관측도 있다.
숙주세포의 선천 면역 반응을 이용해 박테리아의 항생제 저항에 도움을 주는 이중 '세포 장벽(cellular barrier)'을 무너뜨리는 신종 화합물을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공개 액세스 의학 저널인 '플로스 병원균(PLOS Pathogens)'에 24일(현지시간) 논문으로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슈퍼박테리아 또는 슈퍼버그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은 지금도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미국에서만 한해 3만5천여 명이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한다.
항생제를 자주 쓰면 박테리아의 내성이 점차 강해져 나중에는 어떤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게 되는데 이런 박테리아를 다제내성균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두 가지 유형이 보고됐는데, 페니실린의 뒤를 이은 메티실린에 저항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을 MRSA로, 현존 최강의 항생제인 반코마이신도 듣지 않는 황색포도상구균을 VRSA로 각각 지칭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다제내성균의 심각성은 한층 더 부각했다.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바이러스 자체보다 잘 치료되지 않는 2차 세균 감염증으로 사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2차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강력한 항생제를 다량 투여하다 보면 세균 내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학의 코리 데트와일러 분자 세포 발달 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생제와 다르게 작용하는 저분자 물질을 찾기 위해 SAFIRE라는 검색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화학물질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1만4천400 종의 후보 물질 중에서 1차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70종을 추려냈다.
이 가운데 연구팀이 특별히 주목한 게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에 효과적으로 침투하는 JD1이다.
그람음성균은 항생제의 접근을 차단하는 외막과 완충 작용을 하는 내막으로 이중 구조를 갖춰 원래 치료가 까다롭다.
그런데 JD1은 독특하게 숙주세포의 초기 면역반응을 이용해 세균의 외막을 통과한 뒤 곧바로 내막을 공략했다.
숙주세포의 타고난 면역반응을 이용해 그람음성균의 내막을 조준 공격하는 화합물을 확인한 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실제로 JD1을 생쥐 모델에 투여했더니 그람음성균에 속하는 살모넬라균의 생존과 확산이 95%가량 줄었다.
JD1는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손상하지만, 포유류 동물의 세포를 싸고 있는 콜레스테롤 막은 뚫지 못했다. 이는 항생제로 개발했을 때 부작용이 적다는 의미다.
데트와일러 교수는 "현재 사용 중인 항생제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가벼운 세균 감염으로도 목숨을 잃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라면서 "항생제에 저항하는 세균의 진화가 계속될 것이므로, 눈앞의 성취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항생제 개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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