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학저널 란셋에 나발니 이송 당시 증상 논문 발표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치료한 독일 의료진이 암살시도 이후 증상과 활용물질이 노비촉이라는 것을 확인한 경위 등을 밝힌 논문을 영국의 의학저널에 실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 의료진은 지난 8월 나발니가 실려 왔을 때 보인 증상을 담은 논문을 영국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했다.
의료진의 논문에는 약물 주입, 치료,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검사(MRI)시 나발니가 보인 신체적 증상에 관한 정보가 기록돼 있다.
의료진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독살로 진단을 한 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노비촉의 관련성과 그에 따른 생체 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는 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비행기는 옴스크에 비상착륙 했다.
그는 옴스크의 병원에 머물다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 최근 퇴원해 재활 치료 중이다.
독일을 비롯한 서구 의료진은 나발니에게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었다.
냉전 시대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에 신체가 노출되면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한다. 노비촉을 쓸 수 있는 것은 러시아 당국뿐이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은 지속해서 관련성을 부인해왔다.
나발니는 페이스북에 "푸틴 대통령은 모든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자료를 주면 검토해보겠다고 했었는데, 자료가 의학저널에 발표됐으니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발니는 본인이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료라고 신분을 속이고 연방보안국(FSB) 독극물팀 요원들과 통화한 결과, 이들이 자신의 속옷에 신경작용제를 묻혀 암살하려 했다고 지난 21일 동영상을 통해 폭로했다. 이날 폭로는 독일 슈피겔 등 여러 매체와 공동으로 추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후 러시아는 나발니의 암살시도와 관련한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독일 정부 관계자들의 러시아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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