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 서로 더 가까워지게 해"…필수인력 등에 감사 표시
다른 왕실 가족 방문 사절하고 윈저성에서 조용히 보내
(런던·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신유리 기자 = 엘리자베스 2세(94) 영국 여왕은 25일(현지시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새로운 여명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극복 의지를 다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BBC 방송 등을 통해 전파된 대국민 성탄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여왕은 매년 TV를 통해 크리스마스 당일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한다.
올해는 코로나19를 감안해 현재 머물고 있는 윈저성에서 이달 중순 최소한의 인력으로 정부 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촬영을 마쳤다.
여왕은 "놀랍게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떨어져 있게 한 올해가 여러 면에서 우리를 더 가깝게 했다"면서, 왕실은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한 사람들에 매우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여왕은 "모든 종류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에 원했던 것처럼 함께 할 수 없게 돼 애통하다"면서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에 원했던 것은 단지 포옹이나 손을 맞잡는 것뿐이었지만 어떤 이들은 가까운 이들을 잃어 슬퍼하고, 다른 이들은 친구나 가족들과 떨어져 그리워한다"고 전했다.
여왕은 이어 "당신이 그들 중 한 명이라도 혼자가 아니다. 나의 생각과 기도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은 젊은층과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일하는 필수인력들,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와 존경을 보여준 착한 사마리아인들에 특히 감사를 표시했다.
그녀는 "우리는 낯선이들의 친절함에 감명을 받고, 가장 어두운 밤에도 새로운 여명에 대한 희망에서 편안함을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여왕은 "크리스마스의 빛, 이타심,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우리를 앞으로 다가올 시간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왕의 대국민 연설 중계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지난 4월 코로나 1차 확산 당시 여왕은 연설에서 영국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5월 2차 대전 전승기념일(Victory in Europe Day·VE Day) 75주년을 맞아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는 코로나19 봉쇄조치로 거리에 인적이 드문 것과 관련해 "우리의 거리는 텅비지 않았다. 서로를 위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BBC는 여왕이 올해 윈저성에서 조용한 성탄절을 보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여왕은 보통 잉글랜드 노퍽주 샌드링엄 영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성탄절을 보냈으나 올해는 연말연시 기간 남편 필립공과 함께 윈저성에 머물 예정이다.
여왕과 필립공은 각각 94세, 99세로 초고령이라 코로나19 위험군으로 꼽힌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당국 통제가 강화된 가운데 왕실 일가도 서로 방문하지 않는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여왕은 군중과 거리를 두고자 교회 방문도 생략하고 개인적으로 예배를 마쳤다.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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