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신한 보상결정 후 나머지 은행들도 긍정 검토로 돌아서"
금융당국, 내달 말께 은행협의체 1차 정리 방침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김연숙 기자 = 10년 넘게 분쟁이 이어져 온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보상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분쟁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협의체에 참여한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다른 은행들이 보상 여부를 추가로 결정하고 나면 내년 1월 말께에는 협의체를 중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은행협의체 출범 후에도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키코 분쟁 자율조정 문제는 이달 들어 긍정적으로 돌아선 기류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검토하면서도 대외적으로 선뜻 먼저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에 머뭇거리는 분위기였지만, 글로벌 대표은행 씨티은행과 국내 1위 은행 신한은행의 잇따른 전격적인 보상 결정이 다른 은행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배상하는 게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그동안 주저했지만, 이사회와 경영진 간의 책임과 권한을 분산함으로써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은행들도 다음 달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룰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협의체 내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으로 안다"며 "보상에 망설이던 은행들이 씨티·신한은행의 결정 이후 긍정적으로 돌아선 곳이 1곳 이상"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두 은행의 보상 결정을 언급하며 "또 한 은행도 (보상 관련) 말씀을 주셨는데 아직 언론에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두 은행의 결정 이후 다른 은행들도 배임 문제에서 벗어날 만한 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며 "차츰 보상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돼가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과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키코 피해기업 2곳에 대해 42억원의 배상금을 이미 지급한 바 있기 때문에,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나머지 147개 기업과 관련한 보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은행협의체 참여를 가장 먼저 발표한 만큼 실제 보상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두 은행 관계자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이사회 안건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역시 다른 은행의 결정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키코 보상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기대치가 낮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작년 12월 금감원 분조위는 은행 6곳(신한·하나·대구·우리·씨티·산업은행)의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피해기업 4곳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을 의뢰했다.
은행협의체는 이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기 위해 6개 은행 외에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국민·농협·기업·SC제일·HSBC은행을 더해 총 11개 은행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께에는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나머지 은행들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나면 협의체를 일단 중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상을 진행하는 은행과 아닌 은행이 가려지면, 보상 은행만 추려 다음 단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키코와 관련한 불확실성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늦지 않게 협의체를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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