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기 계획 때 개선할 것…탄소중립도 노력"
탈원전 반대 진영은 "요금 인상, 전력 공백 우려" 주장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가 28일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래 2년마다 수립되는 것으로, 원래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 확정됐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부터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최종안 확정이 1년이나 늦어졌다.
이처럼 계획 자체가 지연된 데 더해 상대적으로 비싼 신재생과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전기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전기요금 인상 전망을 정확하게 내놓지 못한 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전력수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탈(脫)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급격하게 늘려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원전 대신 탄소가 배출되는 LNG 발전을 과도하게 늘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발표한 9차 계획에 따르면 설비용량 기준 석탄발전은 올해 35.8GW에서 2034년 29.0GW로 감소하고 원전은 23.3GW에서 19.4GW로 축소된다.
같은 기간 LNG발전은 41.3GW에서 58.1GW로 늘고 신재생은 20.1GW에서 77.8GW로 증가한다.
이 계획대로라면 2034년 전원별 설비(정격용량 기준) 구성은 신재생(40.3%), LNG(30.6%), 석탄(15.0%), 원전(10.1%) 순이 된다.
LNG와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석탄발전이나 원전보다 비싸다.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원을 많이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정확한 인상 폭 전망치를 내놓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공청회에서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하므로 현시점에서 전기요금이 어느 정도 오를지 정량적으로 예상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요금 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이 함께 존재해 상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8차 전력계획 때 제시했던 2030년까지 인상 폭인 10.9%(2017년 대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균등화발전비용(LCOE) 면에서 보면 재생에너지가 2028년에는 다른 에너지원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LCOE는 서로 다른 발전원의 경제성을 비교하고자 초기자본투자비, 자본비용, 연료비, 운전유지비, 탄소가격 등의 직접 비용과 할인율을 고려해 추정한 전력 생산비용이다.
에너지 업계에선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이 전력 소비 증가의 주요인이 될 수 있음에도 이번 9차 계획상 전력수요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전력수요를 너무 낮춰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영향을 반영하려고 여러 방법론을 고민했지만 정량화하는 게 당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차기 계획을 세울 때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수요 전망치에 대해선 "전체 전력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성장률과 인구 변동이란 두 요인을 종합적으로 다 고려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9차 계획이 원전에 대한 신규 및 수명연장 금지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와 원자력국민연대 등 원자력 시민단체, 원자력노동조합연대 등 탈원전 반대 진영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에교협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탈원전과 태양광 보급 확대로 인한 비용 추산이 빠져 있어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 폭을 예측조차 할 수 없다"며 9차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에교협은 또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을 줄이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 발전을 늘린다는 건 2050년 탄소중립 이행 계획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노조연대는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했다. 신한울 3·4호기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번 9차 계획상 전력 공급원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산업부는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국민 요구와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원전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면서 기존의 원전 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LNG발전 확대와 관련해선 "석탄보다 훨씬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대체 전원으로서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과도해 부지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일자 산업부는 "옥상이나 폐도로, 철로 등 환경훼손 우려가 적고 수용성 확보가 용이한 땅을 의미하는 '우선공급잠재량' 면에서 9차 계획상 신재생 보급 목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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