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법원, '여성 운전 촉구' 인권운동가에 징역형

입력 2020-12-28 22:24  

사우디 법원, '여성 운전 촉구' 인권운동가에 징역형
로이터 "미 바이든과 사우디 왕세자의 관계 시험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28일(현지시간) 유명한 여성 운동가 로우자인 알하틀로울(31)에게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고 로이터, AP, AFP 통신 등이 사우디 뉴스 사이트 '사브크'(Sabq)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사우디 법원은 알하틀로울이 3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형량의 절반인 징역 2년 10개월에 대해서는 집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사우디 언론에 따르면 알하틀로울은 사우디의 국가안보를 훼손하려 하고 반(反)테러법이 금지한 다양한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알하틀로울은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에서는 드물게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여성이다.
알하틀로울은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체포돼 사우디로 송환된 뒤 잠시 석방됐다가 5월부터 다시 구속됐다.
당시 사우디 당국은 그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고 다른 여성 운동가 약 10명도 무더기로 체포했다.
사우디 정부는 알하틀로울을 체포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6월 여성 운전을 합법적으로 허용했다.
알하틀로울은 사우디에서 여성 운전 금지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2014년 12월 UAE에서 사우디로 차를 몰고 국경을 넘다가 체포돼 73일간 구금되는 등 여성 운전 허용을 촉구해왔다.
그의 가족은 알하틀로울이 수감 기간 성희롱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최근 알하틀로울은 가족과 정기적으로 연락할 권리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과 미국 및 유럽 의원들은 그동안 알하틀로울에 대한 체포가 부당하다며 석방을 촉구해왔다.

로이터는 이번 판결이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계에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 사우디를 각별히 챙겼고 무함마드 왕세자와 가까운 사이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내년 1월 취임할 바이든 당선인은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비판적 입장이다.
지난달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2018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반체제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공작원들의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고 믿고 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멈추고 무기 판매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우디의 내전 개입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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