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다수 상원도 재의결할 듯…임기 종료 직전 트럼프 거부권 첫 무효
트럼프 뜻대로 코로나 지원금은 2천달러로 상향…'공화 반대'에 상원은 미지수
지원금 부결 시 공화당, 트럼프에 줄줄이 반기든 셈…임기 말 등 돌리나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이재영 기자 = 미국 하원이 28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재의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 하원이 일차적으로 이를 무효로 한 것이다. 상원 본회의에서도 재의결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없던 일'이 된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322표에 반대 87표로 국방수권법을 재의결했다.
특정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로 하려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지난 8일 첫 의결 때(찬성 355표·반대 78표)보다는 줄어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찬성표를 던진 일부 공화당 의원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는 데는 표를 던지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가 하원 재의결로 무효화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임기를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체면을 크게 구긴 셈이 됐다.
이 법안은 7천4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안보 관련 예산을 함께 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지난 23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의 많은 조항이 우리 군대를 미국 본토로 데려오려는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반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독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대통령의 권한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천500명 이하로 줄이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감축 계획을 발표한 독일과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축소에도 제동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나쁜 정책이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외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소셜플랫폼 측의 법적 책임 강화 ▲과거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기지 명칭 반대 등도 거부권 행사 사유로 꼽았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방수권법 재의결 이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의 뜻을 존중하라"라면서 "우리 군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상·하원의 초당파적 행동을 방해하는 데 임기 마지막을 사용하지 마라"라고 촉구했다.
29일 예정된 상원에서도 국방수권법이 재의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완전히 '없던 일'이 된다.
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상원 본회의가 이르면 30일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개인에게 지급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 최고액을 600달러(약 66만원)에서 2천달러(약 219만원)로 상향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칠 때까지 국방수권법 재의결 표결에 반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국방수권법 재의결 표결이 이번주 후반인 1월 1일까지 늦춰질 수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코로나19 개인 지원금 최고액을 상향하는 법안은 이날 하원에서 찬성 275명에 반대 134명으로 통과돼 상원에 넘겨졌다.
애초 의회가 상·하원 합의로 개인 지원금 600달러를 지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마지못해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도 지급액을 2천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줄곧 지원금 상향을 요구해오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토대로 지원금을 늘리는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날 표결에는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도 있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경우 연방정부 부채 증가 등을 우려하며 지원금 상향에 부정적인 공화당 의원이 적지 않아 통과 여부가 확실치 않다.
공화당의 기존 기류대로라면 부결 가능성이 크지만,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반기를 드는 모양새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코로나19 개인 지원금 최고액을 상향하는 법안이) 하원에서 강력하고 초당파적인 투표로 통과됐다"라면서 "내일 상원도 법안 통과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국방수권법은 재의결하고 예산안은 부결시키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두 사안을 모두 거부하는 셈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불복 주장에도 힘이 빠지면서 레임덕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5일 연방 상원의원 2석을 놓고 치러지는 조지아주 결선투표가 공화당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 조지아주 결선투표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가면 양당의 의석이 50석씩으로 같아지고 결국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권한을 쥔 민주당이 유리해진다.
jbryoo@yna.co.kr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