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트럭섬'서 조선인 희생자 유골 나올 가능성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바닷속에 방치된 태평양전쟁 당시 전몰자 유골을 수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31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기간 일본군 함정과 민간에서 징용된 선박 등 2천290척이 바다에 가라앉아 약 3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외국 바다에 잠들어 있는 30만구에 달하는 유골을 '수장'(水葬)된 것으로 취급해 수습하지 않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1994년 국회 답변을 통해 "바다 자체가 전몰자의 영면 장소라는 인식도 있어 (수습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외국 바다에서 다이버들이 전몰자 유골을 발견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고 이를 본 유족들이 바닷속 유골 수습을 요구하자, 일본 정부가 방침을 전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전몰자유골수집추진법안'이 일본 국회를 통과해 유골 수습이 정부의 책임이 됐고, 이후 후생노동성은 바닷속 유골 수습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미 해외 공관에 외국 다이빙 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수습되면 내년에 현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잠수부가 들어갈 수 있는 수심 40m 이내 유골을 주로 수습할 예정이다. 바닷속은 보존상태가 좋아 DNA 감정을 통한 유골의 신원 특정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 기지가 있었던 남태평양 '트럭섬' 주변 해역은 다이버들이 유골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럭섬의 공식 명칭은 '축 제도(Chuuk Islands)'로 미크로네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4개 주(州) 가운데 하나다.
태평양전쟁 당시 트럭섬에는 많은 조선인이 동원됐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존된 미군 전투일지에 따르면 당시 트럭섬에서 일본으로 귀환한 1만4천298명 가운데 조선인은 3천483명이었다. 이 중 군인이 190명, 해군 노무자가 3천49명, 민간인이 244명으로 나타났다.
귀환한 조선인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26명도 있었다.
트럭섬 주변 해역에서 유골 수습 작업이 이뤄지면 조선인 희생자 유골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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