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공화당, 국방수권법 거부권 무효화에 코로나 지원금 상향 무산 전망
트럼프, 당 지도부에 강한 불만…되려 민주당이 동조하는 진풍경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막판 의회에 요구한 사항들이 친정인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수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임기를 20일 가량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수권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 증액을 요구했지만 공화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균열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수권법에 대해 ▲소셜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책임성 강화 ▲대통령의 해외미군 감축권한 제한 반대 등 이유를 들어 지난 23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의회가 코로나19 개인 지원금 600달러를 지급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를 2천 달러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이 다수석인 하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국방수권법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하는 재의결을 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지원금 증액을 요구해온 터라 같은 날 지원금을 2천 달러로 올리는 예산법안도 통과시켰다.
남은 것은 공화당이 다수석을 차지한 상원의 수용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상원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각종 공격을 막는 보루 역할을 했다. 하원이 2019년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자 상원이 이를 저지한 것이 대표적이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우선 국방수권법의 경우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하기 위한 표결을 상원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재의결에 별다른 이의가 없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한 9번의 거부권 중 의회에서 무력화하는 첫 사례가 된다.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지원금 상향 조정에 대해서도 연방부채 증가 등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온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하자 축하의 뜻을 밝히며 대선에 불복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을 달리했다.
특히 매코널 원내대표는 의회가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절차 때 공화당이 이의를 제기하면 안 된다는 입장까지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의 때 선거인단 개표 결과 불인증을 통해 막판 대선 뒤집기를 시도하려는 와중에 매코널 원내대표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는 꺼리는 분위기다.
지원금 2천 달러 상향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소셜미디어 규제, 대선 불법성 조사와 함께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미 언론은 이 제안은 민주당이 찬성할 가능성이 없음을 감안할 때 매코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2천 달러 상향 법안을 1월 3일 회기 종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폐기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하는 모습은 당장 1월 5일 상원 2석을 놓고 치러지는 조지아주 결선투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했지만 여전히 공화당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향한 직접 공격에 나서며 불편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트윗에서 "약하고 지친 공화당 지도부는 나쁜 국방 법안 통과를 허용할 것"이라며 국방수권법 무효화 흐름에 대해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시했다.
또 "공화당 지도부는 저항이 가장 적은 길만을 원한다. 우리의 리더들은 한심하다"며 대선 불복 운동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공화당에 분노를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지원금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오히려 증액을 한 목소리로 내고 공화당이 저지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만들었다.
AP통신은 31일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적 본능에 동조하는 의원과 정부 지출에 관한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려는 의원 사이에 분열돼 있다"고 평가했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금 증액 압박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원금 상향 요구에 대해 민주당이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며 "그러나 이를 요구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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