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광역시·기타지방 KB 매매전망지수 잇달아 최고치 경신
서울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기대도 커
취득세 중과 예외인 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엔 '틈새 투기'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새해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 전망치가 잇달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간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했던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해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다주택 취득세 중과 요건을 피할 수 있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에 '틈새 투기'가 몰리고 있다.
◇ 전국 매매전망지수 역대 최고치…지방도 120선 넘어
3일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4.5로, 2013년 4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향후 3개월 이내 아파트값 전망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 이상이면 상승, 100 미만이면 하락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작년 12월에 서울 124.2, 경기 128.4, 인천 123.3, 수도권 126.2로, 전달(11월) 대비 2.9∼10.0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은 사상 최고 수치는 아니지만 올해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 5개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의 경우 작년 11월 역대 최고치인 130.1까지 치솟았다. 다만, 12월에는 122.8로 소폭 낮아졌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이 수치가 작년 12월(122.7)에 처음으로 120을 넘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충남(124.7)과 전북(121.7), 경북(131.4)의 전망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을 견인했다.
이렇게 전국적인 매매가격 전망지수의 상승은 집을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전국 KB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103.4를 기록해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점(100)을 넘어섰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이며,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매수우위지수는 대구(128.8), 광주(113.4), 세종(111.5), 대전(110.8), 서울(108.3) 등의 순서로 높아 지방 광역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방 5대 광역시의 매수우위지수는 작년 11월 역대 최고치인 106.5에서 12월엔 소폭 조정된 106.4를 기록했다.
기타 지방은 경남(106.6), 충남(96.3), 전북(77.7)이 역대 매수우위지수 최고치를 경신하며 97.0까지 올랐다. 기타 지방의 매수우위지수가 90선을 기록한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의 12월 매수우위지수가 11월(88.6) 대비 큰 폭 상승한 107.3을 기록, 2006년 이후 14년 만에 기준점을 웃돌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는 그간 매매가 상승 폭이 작다고 여겨진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과열되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초저금리로 시중의 유동성이 넘치고, 특히 지방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싹쓸이…"가격 주가처럼 올랐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강화했지만,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 주택은 취득세 중과 예외로 규정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살 땐 8%의 취득세를, 3주택자부터는 12%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비조정대상지역에서의 취득세도 2번째 주택까지는 주택 가격에 따라 기존대로 취득세 1∼3% 내지만, 3번째 주택부터 8%, 4번째 주택부터 12%를 적용한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라면 다주택자라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아 예전과 같이 1%(농어촌특별세 및 지방교육세 포함 1.1%)의 취득세만 부담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에 대한 다주택자들의 '틈새 투기'가 기승을 부린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의 유거상 공동대표는 "평상시엔 거래가 많이 될 이유가 없는 공시가 1억원 이하의 아파트들이 마구 거래되며 시세가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탄현마을 부영 7단지'는 현재 시세가 전용면적 50.28㎡의 경우 1억8천만원, 59.86㎡는 2억원까지 올랐다. 이들 주택형의 공시가격은 1억원 이하다.
7·10대책이 나오기 직전과 비교해 3천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작년 11월에는 한 달 새 26건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와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도 지난달 중순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잠시 소강 상태지만, 그 직전까지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주공아파트 5단지'는 모든 주택형이 전용 59㎡ 이하의 소형 면적으로 구성돼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다.
인근에서 영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한 번에 10채를 사들이는 사람도 있었다"며 "가장 작은 평수(전용 39.3㎡)가 가장 많이 찾는 물건이었고, 가격도 제일 먼저 올랐다"고 전했다.
역시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은아아파트' 전용 49.83㎡는 7·10대책이 나오기 직전 1억7천만∼1억8천만원이었던 시세가 작년 11월 2억9천만원까지 오르며 1억원 넘게 뛰었다. 같은 달에만 무려 34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단지 내 중개업소 사장은 "투자자들이 물건을 싹쓸이하니 하루하루 가격이 달라졌다"며 "아파트값이 주가처럼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이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규제에서 제외했으나 사각지대를 찾는 투기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또 다른 규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투기 수요가 저가 아파트에 집중되면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지방은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아 저가 아파트가 계속 오르긴 어렵고, 거품으로 형성된 가격은 회복 자체가 안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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