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중국과 대만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만의 도서관들이 '중국 미화'를 둘러싼 문화 침탈 논란을 빚은 동화책을 강제 퇴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동화책은 중국 우한(武漢)시의 한 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병원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를 점차 이해하고 하루 속히 방역에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아빠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려'라는 책이다.
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출판된 이 동화책이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 등의 문화 침탈 의혹 제기로 대만 각지 시립도서관들로부터 구매 중단 리스트에 올라 사실상 퇴출당했다.
천팅페이(陳亭妃) 입법위원과 천이쥔(陳怡君) 타이베이 시의원은 지난해 11월 입법원(국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중요 연설 관철을 위한 정신을 배우는 전국 범위의 아동 독서 추진활동인 '훙두(紅讀) 프로젝트'가 대만에까지 침입했다며 기자 회견을 열었다.
천 위원은 동화책에 '중국 파이팅' '우한 파이팅' 등의 표현은 물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나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용기 삽화가 들어있다면서 전체 내용이 아동에게 중국 방역을 미화하는 것 외에 어떤 또다른 의미가 숨어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만 문화부는 지난달 2일 해당 도서가 '대륙지구인민의 대만투자허가방법' 제8조와 제9조를 위반했다고 판단, 대만에서의 발행을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연합보는 대만이 1999년 1월 출판법을 폐지한 후 출판 관련 사항을 출판업계 자율에 맡겼는데 이번에 문화부가 '양안관계조례'(제37조)가 위임해 제정된 중국 출판물 관련 법률을 인용·심사하는 방식으로 중국 서적 등의 위임 및 수입을 견제해 출판의 자유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진당의 창립 당원이었던 린정제(林正杰)은 지난달 10일 세계인권의 날 행사에서 1950~1980년대 대만의 계엄 시기의 국민당 정부도 국정교과서 외에는 사전 검열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타 출판물은 사후 검열을 했으며, 조사 후에도 몇 달이 지나 정간을 했다면서 현재의 민진당은 과거 계엄 시기보다 더 심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달 16일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만이 해당 도서를 퇴출 조치한 것과 관련, 해당 책은 단지 20페이지인 그림책으로 한 아이와 한 가정의 시각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기간의 생활 모습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민진당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옳고 그름이 아닌 색깔론만을 강조한 채 사실을 보지 않고 중국 관련 일이라면 정치적 오명을 씌워 중국에 대한 혐오와 중국 반대 정서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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