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중합체 캡슐로 siRNA 전달, 타우 단백질 50% 감소
뇌 신경 질환에 폭넓은 적용 가능성…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나 각종 유해 이물질은 혈액을 통해 뇌 조직안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선택적 투과성을 가진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이 뇌척수액과 혈액을 분리해 이런 것들의 진입을 막기 때문이다.
혈뇌장벽은 뇌 모세혈관의 내피세포가 주변 세포와 밀착 연접한 구조로, 친수성 고분자 물질의 통과를 차단한다.
혈액에 섞인 고분자 물질이 혈뇌장벽을 통과하려면 별도의 이온 통로(channel)나 운반체가 필요하다.
이렇게 혈뇌장벽은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장치지만, 뇌 신경 질환 치료의 장애가 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만 해도, 생물학적 유발 경로와 표적 치료제를 개발해 놓고 혈뇌장벽에 걸려 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한 혈뇌장벽을 뚫고 효율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siRNA(짧은 간섭 리보핵산) 기반의 나노입자 플랫폼을,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과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과학자들이 공동 개발했다.
이들 두 병원은 모두 하버드 의대의 제휴 수련 병원이다.
생쥐 모델에 이 플랫폼을 적용한 결과, 뇌 조직에 쌓인 약물 축적량이 세 배로 늘어 분명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지금까진 외상성 뇌 손상(TBI) 환자에겐, 손상 후 염증으로 혈뇌장벽이 단기간 느슨해진 틈을 이용해 약물을 투여했다.
하지만 수주 후 염증이 사라지고 혈뇌장벽이 복구되면 마땅히 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혈뇌장벽이 멀쩡할 때 뇌 조직에 약물을 전달하는 걸 '성배(holy grail ) 추적'에 비유하곤 한다.
연구팀은 타우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게 디자인된 siRNA를 실험용 치료제로 썼다.
21~23개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된 siRNA는 특정 단백질 생성을 억제해 유전자 발현을 방해한다.
타우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에 핵심 역할을 하는 거로 의심되는 단백질이다.
siRNA를 싸는 나노 입자의 기반 물질로는 PLGA(Polylactic-co-Glycolic acid)를 사용했다.
PLGA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몇몇 의료 생산품에 사용된, 생분해성 생체적합 중합체다.
TBI가 생긴 생쥐에 이 플랫폼으로 siRNA를 투여했더니 타우 단백질 발현이 50% 줄었다.
혈뇌장벽이 잠시 열렸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구분해 플랫폼을 적용했지만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기존 방법으로 siRNA를 투여한 생쥐는 타우 단백질 발현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이 플랫폼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 항생제, 항신생물질(종양) 제제, 신경펩타이드 등과 같은 약물을 뇌에 대량 전달할 수 있을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혈뇌장벽은 급·만성 신경질환을 치료할 때도 중추신경계(CNS) 약물 전달에 자주 걸림돌이 된다.
이 플랫폼은 타우 단백질 외에 다른 표적에 적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브리검 여성병원의 제프 카프 박사는 "매우 간단한 우리의 접근법은 뇌에 치료제 전달이 필요한 신경질환에 폭넓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