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책임 다하지 않은 것…삭제하면서 설명했어야"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NHK 히로시마(廣島) 방송국이 조선인을 깎아내리는 표현으로 논란이 된 1945년 히로시마 원폭 관련 가상 트위터 계정을 작년 말에 삭제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방송국의 홍보 담당자는 "당초부터 기획 종료에 맞춰 폐쇄하기로 정해져 있었다"며 비판을 받아 삭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NHK 히로시마 방송국은 1945년에 트위터가 있었다고 가정하고 당시 중학교 1학년인 소년 등이 원폭 투하 전후 상황을 전하는 형식을 빌려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이라는 제목으로 작년 3월부터 트윗 연재를 시작했다.
그런데 중학생 소년의 가상 트윗에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예를 들어 작년 6월 16일에 '1945년 6월 16일'이라고 가정하고 올린 트윗에선 "조선인 놈들은 '이 전쟁은 곧 끝난다', '일본은 질 것이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고 소년의 발언을 전했다.
소년은 "무의식중에 발끈해 분노로 가득한 대꾸를 하려고 했으나 상대는 숫자가 많고 이쪽은 수가 적어 당해 낼 수가 없다. 게다가 상대가 조선인이라서 대꾸할 말이 마땅하지 않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고 덧붙인 것으로 돼 있다.
1945년 8월 20일을 가정해 올린 트윗에는 "조선인이다. 오사카역에서 전승국이 된 조선인 군중이 열차에 올라탄다!"며 "'우리는 전승 국민이다. 패전국은 나가라'라는 압도적인 위력과 박력. 고함을 지르면서 초만원 열차의 창문을 있는 대로 깨부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인권옹호위원회 등은 'NHK가 1945년 패전 전후 상황을 가정해 만든 트위터로 민족 차별을 선동한다'며 인권 구제 신청을 제기했지만, 히로시마 법무국은 "침범 사실이 있었다고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NHK 히로시마 방송국은 작년 12월 31일 자로 해당 트위터 계정과 트윗을 게재하고 있던 홈페이지를 삭제했다.
다만, 1945년 8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가상 트윗과 일부 기사만 새로 개설한 이 방송국의 '핵·평화 특집'이라는 블로그에 전재했다. 조선인 폄하 논란을 불러온 트윗은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설명도 없이 은근슬쩍 문제의 트윗을 삭제한 것은 공영 방송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터넷에 정통한 저널리스트인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는 "삭제되면 검증을 할 수 없게 돼, 문제의 게시물도 없었던 것이 된다"면서 삭제하더라도 방송국에서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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