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넘도록 공관에서 한 차례도 밤을 보낸 적 없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총리 공관이 주인 잃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지난해 9월 16일 취임 이후 한 차례도 공관에서 밤을 보낸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마련해 주는 고위 공무원 거주지를 '공저'(公邸·고테이, 한국의 공관에 해당), 집무 공간을 '관저'(官邸·간테이)로 구분해 부른다.
지역구인 요코하마(橫浜)에 자택이 있는 스가 총리는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관저에 인접한 공저에 입주해 지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공관을 외면한 채 관저에서 승용차 편으로 3분 거리에 있는 중의원 의원 숙소에서 계속 살고 있다.
일본 국가공무원숙소법은 공관을 해당자에게 무료로 임대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입주를 강제하는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2012년 12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이후로는 공관에 입주하지 않고 도쿄 시부야(澁谷)구 도미가야(富ケ谷)에 있는 사택에서 출퇴근했다.
현 일본 총리 공관은 1929년 지어진 옛 공관을 개수해 2005년 4월부터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까지는 제1차 집권 때의 아베 전 총리를 포함해 역대 총리가 거주했다.
자민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옛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새해를 공관에서 맞기도 했다.
2차 집권기에 공관에 입주하지 않은 아베 전 총리는 가끔 공관에서 지냈지만 스가 총리는 취임 후 4개월 가까이 공관에서 밤을 보낸 적이 하루도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제시대 공관에서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일을 스가 총리가 찜찜하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역대 일본 총리들 사이에서 "넓기만 하고 춥다"는 악평을 받아온 총리 공관은 해군 장교 주축으로 일어났던 쿠데타인 1932년의 5·15 사건, 육군 청년 장교들이 일으킨 반란인 1936년의 2.26 사건 무대였다.
5·15 사건으로는 당시 총리이던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1855∼1932)가 암살당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스가 총리가 공관 사용을 꺼리는 배경을 분석하면서 관방장관 시절이던 2013년 5월의 기자회견장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했다.
스가 총리는 당시 총리 공관에서 귀신(유령)이 나올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지를 묻는 말에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가"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전 총리도 자민당의 한 간부가 던진 관련 질문에 "귀신이 무서워요"(幽?が怖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위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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