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유관기관 화상회의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방안 의견 수렴
"더 이상 닭장 같은 집은 안돼…인프라와 주택 품질 높이자"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홍국기 기자 = 정부가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신속히 확대하기 위해 민관협력을 통한 패스트트랙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주택공급 관련 기관들과 영상회의를 열어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충분한 물량의 품질 높고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신속히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시공사(G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표와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유관단체 협회장 등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국토부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주체별 역할을 분담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설 이전에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앙정부는 주택 공급대책 수립, 법령 등 제도 개선을 맡고 지자체는 인허가 등 절차 지원, 주민협의, 조례 등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한다.
LH 등 공공기관들은 부동산 개발 디벨로퍼와 코디네이터로서 컨설팅, 부지확보 등을 추진하고 선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역할도 한다.
변 장관은 "일각에서 공공주도 일변 공급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제도 개선 및 인허가 절차 지원, 공공기관은 컨설팅, 부지확보, 리스크 분담, 민간은 창의적 설계, 시공능력을 제공하는 등의 민관협력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도심 내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관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토지주들은 리스크 저감, 인허가 절차 간소화, 강력한 인센티브를 통해 수익성 확보는 물론,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지를 고밀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들 지역에 용적률과 주차장, 일조권 등 도시계획상 규제를 대폭 완화해 개발을 촉진하되, 공공기관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공공성을 높이고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을 직접 이끌게 될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민간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도시재생 연계 정비사업 등 다양한 도심 내 공급 방식을 도입하고 기존 공공택지와 학교·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신규 공공택지 지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분양주택을 중심으로 공급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를 입지여건 등을 고려해 혼합 공급할 방침이다.
이날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회원사의 올해 아파트 분양 예정물량이 작년 28만1천호 대비 23% 증가한 총 34만6천호라고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분양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주택 매매 및 전세시장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변 장관은 "올해 민간 분양물량이 전망기관에 따라 36만2천~39만1천호로 예상되고 LH 등 공공물량과 사전청약 등을 포함하면 총 분양물량이 최대 51만3천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 물량이 실제 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컨설팅 등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변 장관은 작년 11월 발표한 전세대책의 공공전세 및 매입임대주택 신축 활성화에 주택협회 등 건설 사업자의 적극적인 참여도 당부했다.
이에 협회 대표들은 "회원사들이 택지 인센티브 부여 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고, "회원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홍보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업계는 향후 민간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도 건의했다.
이들은 신규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HUG 고분양가 관리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신규 건설을 늘리기 위해 임대주택 관련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도시·건축 관련 규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변 장관은 "주택 건설업계의 건의사항을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변 장관은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서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용적률을 400~500%에서 700%로 높이고 입지규제 최소구역 주거비율을 완화하고 공공 재건축에 대해 종상향을 해주는 등의 기존 과제는 차질 없이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건축구역을 적극적으로 지정하는 등 추가 규제개선 사항을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으로 전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이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거시경제 운용상의 제약 등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최선의 정책은 수요관리와 공급의 균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만큼, 국민들의 소득수준 향상과 이에 따른 수요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주택공급의 지속적인 확대가 긴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닭장'으로 폄하되는 개성 없는 주택이 아닌 삶터를 넘어선 일터, 놀터, 돌봄의 복합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주택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H는 회의에서 "정부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며 "서울시가 제안한 지분적립형 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며, 이번에 법 개정으로 제도가 개선된 토지임대부 주택 등도 공급하기 위해 적절한 부지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업계와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며 "회의에서 건설사들이 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게끔 인허가 규제를 풀어달라는 의견을 개진했고 특히 국토부가 추진하는 역세권 용적률 상향과 저층 주거지 고밀 개발 방안 등 공급을 빨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달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회의에서 정부가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추진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얘기했다"라며 "정부가 주택문제 해결에 민간 사업자들에게 같이 가자고 손을 내민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자리를 상설화하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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