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 정상회의서 체결…미국의 이란 압박정책 일환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의 아랍국가들이 5일(현지시간) 사우디 북서부 알울라에서 열린 연례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 정상회의에서 카타르와 단교를 끝내기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dpa,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알울라 협정을 통해 우리는 걸프, 아랍, 이슬람의 연대와 안정을 확인한다"며 중재 역할을 한 쿠웨이트와 미국에 감사를 표했다.
GCC 회원국 정상들은 문서 2개에 서명했는데 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AFP가 전했다.
이에 따라 3년 7개월 동안 이어진 사우디 등 일부 아랍국가들과 카타르의 갈등이 풀리게 됐다.
미국의 우방인 이집트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은 2017년 6월 이슬람 테러조직 지원, 이란과 우호 관계 등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아랍권 4개국은 카타르와 단교 철회의 조건으로 ▲ 테러 용의자 정보 제공 ▲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 이란과 제한적인 상업 거래 이외의 교류 금지 등 13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카타르는 주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요구라며 거부했고 테러그룹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해왔다.
이날 GCC 정상회의에는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도 참석했다.
하루 전인 4일 아흐메드 나세르 무함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오늘 저녁을 기해 사우디와 카타르가 영공과 육로, 해상 국경을 연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달간 쿠웨이트와 미국 정부는 카타르 단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GCC 정상회의의 협정 서명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카타르 단교 사태를 풀려고 노력한 것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지정학적으로 고립해 압박하려는 대중동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카타르는 이란과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 문제 등으로 대립해온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왔다.
작년 8월부터 아랍국가인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가 잇달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도록 중재했다.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적대관계였지만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협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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