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웅덩이 주변 원격 측정 결과…시료 통해 추가연구 필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3억4천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가져온 시료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 준비가 이뤄지는 가운데 이 소행성이 물이 이미 증발해버린 더 큰 천체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라운대학에 따르면 일본 아이즈대학 기타지로 고헤이 부교수와 브라운대 행성과학자 랠프 밀리켄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하야부사2'호가 류구 궤도를 돌며 원격 측정한 근적외선분광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류구가 직경 1㎞ 크기의 작은 소행성으로 떨어져 나오기 전 모체가 충돌 등 가열 사건을 겪으며 물이 증발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 때문에 류구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건조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물을 가진 소행성은 지구에 물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져 왔으며, 이런 소행성에 관한 연구는 태양계 형성 초기 물의 분포와 지구 물 보유 과정 등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왔다.
태양계 안의 수많은 소행성 중에서 류구가 탐사지로 선정된 데에는 물을 함유한 광물과 유기화합물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이라는 점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야부사2호가 시료 채취를 위해 류구 궤도를 돌며 원격 측정하는 과정에서 류구가 원래 기대했던 것만큼 물이 풍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구는 자갈과 바위가 중력으로 뭉쳐져 있는 형태로, 류구에서 포착되는 물의 흔적은 모체인 더 큰 천체의 잔해이거나 류구가 태양 가까이 지나며 고온에 노출돼 증발하고 남은 것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하야부사2호가 지난해 4월 류구의 적도 부근에 소프트볼 크기의 금속탄환을 초속 2㎞로 발사해 인공웅덩이(crater)를 만든 뒤 근적외선 분광기로 주변을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류구의 모체에서 이미 물이 증발한 것으로 범위를 좁혀놓았다.
근적외선 분광기는 물을 가진 수화광물을 포착할 수 있는데, 원래 표면에 있던 암석과 인공웅덩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나 표면 아래 암석의 수분 함유치가 거의 똑같이 낮게 나타난 것이 근거가 됐다. 태양의 고온에 노출돼 수분이 증발한 것이라면 수분 함유치에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인공웅덩이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출된 표면 아래 물질의 크기가 표면에 있던 것보다 작아 분광 측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류구 시료를 이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밀리켄 박사는 "류구의 시료는 양날의 칼"이라면서 "원격측정 자료로 도출한 모든 가설은 시료를 통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매우 흥미롭기도하지만 약간 떨리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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