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휩쓸고간 의사당 묵묵히 청소한 앤디 김…"마음 아팠다"

입력 2021-01-08 10:13   수정 2021-01-08 11:46

시위대 휩쓸고간 의사당 묵묵히 청소한 앤디 김…"마음 아팠다"
AP통신, 한국계 재선 연방 하원의원 '선행' 조명…동료의원 "가슴 저미는 순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7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건물 내부의 원형 홀.
적막이 흐르던 이곳에 제복을 입고 무장한 몇 명의 의사당 경호 요원들이 바닥에 흩어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한쪽에는 양복에 넥타이를 맨 한 아시아계 남성 한 명이 마스크를 쓰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묵묵히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전날 오후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인증을 막기 위해 난입하며 의사당 내부가 만신창이가 된 직후 상황이다.
쓰레기를 주워 담는 이 남성은 다름 아닌 작년 11·3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한국계 앤디 김(39·뉴저지)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AP통신은 이런 모습을 담은 글과 사진 기사를 내보내며 김 의원을 조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당시 김 의원은 시위대 난입으로 의회가 난장판이 된 가운데 다시 소집된 상원과 하원 합동회의 투표 직후 의사당 복도를 홀로 걷다가 시위대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들을 발견했다. 물병과 옷가지, 트럼프 깃발, 심지어 성조기까지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였다.
순간 떠오른 생각은 뭔가를 해야겠다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마침 의사당 경호 인력 몇 명이 피자 박스를 쓰레기봉투에 넣으며 청소하는 것을 발견한 그는 봉투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보이는 대로 쓸어 담았다.



김 의원은 "단지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뿐이다. 고조된 애국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마음이 아팠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랑하는 어떤 것이 망가진 것을 봤을 때 고치고 싶을 것"이라며 "나는 의사당을 사랑한다. 거기에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건물은 특별하고, 특히 원형 홀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얼마나 많은 세대가 여기에서 영감을 받았겠느냐"고 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동료 의원 톰 맬리노스키는 처음엔 그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는 "새벽 1시로 기억되는데, 경호요원 2명이 있었고 뭔가를 치우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을 봤는데 앤디였다"며 "그는 조용히 잔해를 쓰레기봉투에 넣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청중을 위해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면서 "긴 밤 속에 가장 가슴이 저미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중동 전문가인 김 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오바마 키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사다. 그가 2년 전 하원에 처음 입성할 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지원했을 정도다.
한국계 이민 2세로 뉴저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시카고대를 졸업했다.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9월 이라크 전문가로 국무부에 첫발을 디딘 뒤 2011년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현지 주둔 미군 사령관의 전략 참모를 지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다.
의회에 입성한 뒤로는 군사위원회에 소속됐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감독하는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활약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그는 우리나라와 뉴저지를 가장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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