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법으로 금지하지 않지만, 종교·사회적으로 금기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동성애를 이유로 해고된 인도네시아 경찰관이 처음으로 복직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10년 차 전직 경찰관 트리 테구 푸지안토(31)는 2018년 동성 연인과 함께 있다가 다른 마을에서 온 경찰에 체포된 뒤 해고됐다.
경찰 당국은 "동성 관계를 갖는 일탈적 행동으로 국가 경찰의 윤리규정을 위반했다"고 해고 사유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형법은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샤리아(이슬람 관습법)를 적용하는 아체주만 동성애를 금지한다.
하지만, 인구의 87%가 이슬람 신자이다 보니 종교적·사회적으로 동성애가 금기시되고, 이슬람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법으로 전면 금지하자는 요구가 계속됐다.
테구는 중부 자바 스마랑 법원에 '차별에 의한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1차 복직 소송을 냈으나 당시 재판부는 "경찰 내부 불복 절차부터 끝나야 한다"며 각하했다.
테구는 해고가 확정되자 작년 8월 인권단체들과 손잡고 다시 복직 소송을 냈다.
동성애로 해고된 경찰관이 복직 소송을 낸 것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이라고 인권단체들은 밝혔다.
테구는 소송을 내면서 "이것은 나의 싸움이자, 나의 최후의 노력"이라며 "왜 그들은 내가 경찰관으로서 복무한 세월은 판단하지 않고, 내가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실수'를 과장하는 것인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테구의 소송을 지원한 변호사들은 경찰 복무규정에 성적 성향이 규정돼 있지는 않다며 복직을 주장했다.
인권단체, 성 소수자 지지자들은 테구가 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적인 일이라고 응원했다.
변호사들은 7일 "복직 소송 결과 패소 판결이 나왔다"며 실망감을 나타내는 한편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의 책임자 우스만 하미드는 "이번 판결이 경찰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좋지 못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10월 인도네시아 군인과 경찰 수십 명이 소속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그룹이 적발된 뒤 군 당국은 "동성애 활동을 하다 적발된 군인은 모두 재판에 넘겨지고, 불명예스럽게 해임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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