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민생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쌀, 기름값, 전월세 등 핵심 생활 물가가 크게 올라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작년에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안정된 모습이었으나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최근엔 국제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등 기름값이 치솟아 서민 가계에 주름을 더했다. 여기에 계속되는 집값, 전월세 상승은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 쌀, 유가, 신선식품 고공 행진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5% 올랐으나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은 9.7%나 껑충 뛰었다. 농산물은 6.4%, 축산물은 7.3%, 수산물은 6.4% 각각 올랐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도 10%나 올랐다. 특히 국민의 주식인 쌀값이 11.5%나 뛰었다.
쌀값이 치솟자 최근 한국 YWCA연합회는 쌀 가격 안정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농가소득 보전에는 막대한 세금을 지출하면서 쌀값은 매년 인상돼 소비자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쌀값 외에도 국민 식품인 돼지고기는 16.1%, 국산 쇠고기는 10.7% 뛰었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고등어(12.8%)와 햄 및 베이컨(8.6%) 가격도 많이 올랐다.
공업제품이나 전기수도, 가스 요금 하락 등으로 전체 생활물가지수는 0.1% 내렸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최근엔 날씨가 추워지면서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다. 배추 소매가격(상품 한 포기)은 지난 7일 2천976원으로 최근 열흘 새 3.6%, 양배추는 한 포기에 6.7%, 적상추(100g)는 920원에서 29%, 애호박(1개)은 10%, 무(1개)는 2.8% 각각 올랐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거나 눈이 올 경우 생육 부진과 생산 비용 상승 등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유가 상승도 서민들을 힘겹게 한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휘발유와 경유가 12∼16% 하락했으나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크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작년 12월 마지막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24원 오른 ℓ당 1천413.5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지난해 11월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넷째 주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1천318.8원이었다. 한 달 만에 7.2%가 올랐다.
◇ 집값·전월세 상승 지속에 무주택자 고통 가중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집값은 5.36% 올라 9년 만에 최고였고, 전셋값은 4.61% 올라 5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아파트 가격과 전셋값은 각각 7.57%, 7.32% 상승했다.
지난해 월세 상승률은 1.09%로 집계돼 부동산원이 월세 통계를 발표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민간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6천70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 7월 말의 4억6천931만원보다 약 9천770만원이나 상승했다. 법 시행 이전의 5년 치 상승분과 맞먹는다.
전국 무주택가구는 888만7천 가구에 달한다. 이들은 집값과 전월세 상승의 피해자들이다. 자산 격차도 심각하지만, 주거비 상승은 생활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라면서 "올해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이 겹치면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 물가 상승은 감내할만한 수준으로 보이나 주거비 상승은 생활에 큰 타격이 되는 만큼 정부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 기조를 바꿔 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전향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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