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제 도입·종사자 보호 강화…배달대행·퀵서비스엔 인증제 도입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앞으로 택배 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6년간 운송 위탁계약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다.
또 물류산업의 체계적 관리·육성을 위해 택배서비스사업에 등록제를, 배달대행·퀵서비스 등 소화물배송업에 인증제를 도입한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생활물류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해 급증하는 물류 수요에 대응하고, 종사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자 상거래 활성화 추세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며 택배 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2019년 택배 산업 규모는 연평균 8.8%씩 성장했고,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약 33억 개로 전년 대비 1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약 63회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소화물배송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4조7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가량 급증했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 생활물류서비스산업 제도화…종사자 보호 강화
우선 제정안에는 택배업에 등록제를, 소화물배송업에 인증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국토부 고시에 근거를 둔 택배사업자 인정제를 생활물류법에 따른 택배사업자 등록제로 전환해, 일정 요건과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택배서비스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소화물배송업은 현재처럼 자유업을 기반으로 하되, 사업자가 신청하는 경우 요건을 심사해 우수사업자로 인증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 작성·사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택배 종사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개념상 논란이 많은 '분류'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심야 배송을 제한하는 등 적정 작업 조건과 관련한 내용이 표준계약서에 담기게 된다.
국토부는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조속히 마련하고 표준계약서 사용을 '택배사업자 등록 요건'으로 반영해 업계 전반에 확산할 계획이다.
또 택배 종사자의 안정적 계약을 보장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다. 이로써 택배 종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6년간 운송 위탁계약을 보장받게 된다.
아울러 영업점이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택배사업자가 관리하도록 하고, 사업자는 종사자들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소화물배송 종사자의 유상운송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화물배송 공제조합 설립 근거도 제정안에 담겼다.
◇ 물류 인프라 확충…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
물류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활물류시설 건설·보수·개량비를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산업 육성방안도 담겼다.
또 도시개발 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관할 지자체장은 생활물류시설 확충 계획을 도시계획 및 지역물류기본계획에 반영해야만 한다.
이는 도심 배송거점 등에 생활물류시설 용지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국토부는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소비자 권익도 강화된다.
영업점이나 종사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택배를 분실·훼손한 경우 사업자가 영업점, 종사자와 함께 손해를 배상하도록 연대책임이 부여된다.
생활물류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표준약관의 사용을 사업자에게 권고하고, 사업자는 서비스 약관을 정해 국토부에 신고하도록 했다.
시장 질서 관리 강화를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화물운수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택배전용화물차는 택배 집화·배송 등 허가된 목적 외에는 유상운송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른바 '백마진'(화주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 등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생활물류서비스 사업자나 영업점, 종사자가 아닌 경우 부당하게 택배비·배송비의 일부를 거둬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생활물류법은 또 서비스의 품질, 종사자 안전 확보, 소비자 편의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토부 장관이 사업자에게 개선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물량 급증으로 택배 종사자의 과로사가 잇따르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생활물류법은 당초 발의안(공포 후 1년)보다 시행 시기를 앞당겨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생활물류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하위법령을 조속히 마련하고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되도록 표준계약서 마련, 택배사업자 등록기준 정비 등 후속 조치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