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U 보험조사파일] 사고 차 1대에 70만원 뒷돈…'제보' 콜센터도 운영

입력 2021-01-09 09:00   수정 2021-01-09 09:53

[SIU 보험조사파일] 사고 차 1대에 70만원 뒷돈…'제보' 콜센터도 운영


[※ 편집자 주 = 작년 상반기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4만7천여명, 적발 금액은 4천526억원입니다. 전체 보험사기는 이보다 몇 배 규모로 각 가정이 매년 수십만원씩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입니다. 주요 보험사는 갈수록 용의주도해지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고자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IU 보험조사 파일' 시리즈는 SIU가 현장에서 파헤친 주목할 만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가 발생하면 어디선가 순식간에 견인차들이 나타나 일사천리로 사고수습을 주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꺼번에 견인차 여러 대가 몰려들어 기사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더러 벌어진다.
견인업계가 포화상태여서 경쟁과 영역다툼이 치열한데다 사고 차량 1대에 걸린 이익도 크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9일 "최근 적발된 자동차 수리비 뻥튀기 사건을 보면 정비업체와 견인차 기사들이 주고받는 '통값'이 1대당 60만원이 넘기도 한다"고 전했다.
통값은 사고 차량 견인 대가로 정비업체가 견인차 기사에게 지급하는 '리베이트'성 돈을 뜻한다.
2019년 보험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경기도 부천 지역 정비업체 D사는 사고 차량을 '제공'한 견인 기사에게 1대당 통값 6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수사에서 드러났다. 견인 대수가 쌓여 8대가 되면 100만원을 더 얹어줬다.
차량 8대를 D사에 끌어다준 기사는 통값으로 580만원을 받게 되므로 1대당 뒷돈만 70만원이 넘는 셈이다.
D사가 뿌린 뒷돈은 경찰 수사로 파악된 것만 14억4천300만원에 달했다.
뒷돈 제공으로 처벌을 받지 않으려고 견인업체의 기사를 직원인 양 꾸미기도 했다.
다른 업체보다 먼저 사고 현장을 파악하려고 '사고제보 콜센터'까지 운영했다. 주로 택시기사 등 '제보자'에게는 1건당 '포상금' 7만원을 지급했다.
정비업체는 뒷돈과 포상금으로 뿌린 돈을 보전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작업이나 불필요한 항목을 끼워 허위로 청구하는 등 수리비를 부풀렸다.
D사 대표, 통값을 받은 견인 기사, 콜센터 관계자 등 48명은 2019년 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자동차관리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동차 정비업계와 견인업계의 통값 관행은 수리비 부풀리기로 이어지고, 결국 보험료 누수 요인이 된다.
소비자 불편도 생긴다. 견인차들이 통값을 많이 쳐주는 정비업체로 차량을 우선 견인하다 보니 사고 현장이나 운전자의 거주지에서 100㎞가 훌쩍 넘는 장거리 견인이 이뤄진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정비업체와 견인차의 뒷돈 관행을 방치하지 말고 당국과 수사시관이 꾸준히 적발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사고 수리비가 더 투명해지고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나친 장거리 견인을 제한하는 등 수리비 보상 체계 개선방안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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