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등 4명 숨지고 4명 부상…25km 오가며 약 1시간 무차별 난사
주차장·아파트·편의점 등 마구 쏴…"지역사회 전체 날려버리겠다"
(시카고·선양=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차병섭 특파원 = 미국 시카고에서 광란의 총기 난사극이 벌어져 최소 4명이 부상하고 4명이 사망했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 경찰에 따르면 이번 총기 난사는 지난 9일 오후 시카고 남부 시카고대학 인근에서부터 북부 교외도시 에반스톤까지 약 25km 구간에서 약 1시간 가량 이뤄졌다.
총격 용의자는 3명의 목숨을 빼앗고 경찰에 사살됐다.
희생자는 시카고대학 박사과정 중국인 유학생 이란 판(30), 아파트 경비원 에이샤 네벨(46), 편의점 직원 앤서니 포크너(20) 등으로 확인됐다. 부상자는 15세 소녀 포함 최소 4명이다.
경찰은 용의자 제이슨 나이팅게일(32)이 시카고 남부에서 '묻지마 총격'을 시작한 뒤 지인의 자동차를 탈취해 질주하며 연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첫번째 피해자는 유학생 판이었다. 그는 오후 1시50분께 시카고대학과 미시간호수 사이 주상복합단지 내 주차빌딩에서 차 안에 앉아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용의자는 판의 머리에 총격을 가했으며, 판은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판은 베이징(北京)대 광화(光華)관리학원을 졸업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석사를 거쳤다. 이후 시카고 대학에서 금융수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부스경영대학원 금융경제학 박사과정 4년 차였다.
시카고대학 측은 판을 위한 추모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두 번째 피해자는 판이 사살된 후 10분 후 발생했다. 용의자는 인근 아파트 빌딩 앞으로 가서 총기를 난사했으며 경비원 네벨과 70대 주민이 총에 맞고 쓰러졌다.
둘 모두 시카고대학 부속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네벨은 곧 숨졌고, 70대 주민은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용의자는 이후 또다른 아파트 건물로 옮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까지 올라간 후 지인으로부터 자동차 열쇠를 강탈했다. 이후 차를 타고 편의점으로 가 강도를 시도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6~7 차례 총을 쏴 편의점 직원 포크너의 머리를 맞혔으며 81세 여성의 등과 목에도 총상을 입혔다고 전했다. 포크너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 판정을 받았고, 80대 여성은 위중한 상태다.
용의자는 다시 차에 올라타고 도주하다 오후 5시께 인접 차량에 총격을 가했고, 뒷자리에 타고 있던 15세 소녀가 중상을 입었다.
그는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에반스톤 지역 경찰의 추격을 받기 시작했다. 에반스톤은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약 25km 떨어져있다.
용의자는 에반스톤의 팬케익 전문점 '아이홉'(IHOP)으로 뛰어들어가 한 여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머리에 총을 쐈고, 여성은 위급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다시 도주를 시도한 용의자는 인근 주차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이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관 중 부상자는 없다.
데이비드 브라운 시카고 경찰청장은 "범행 동기는 불분명하다"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카고 경찰과 에반스톤 경찰의 용감한 대응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카고 언론은 용의자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동영상을 올리며 무차별적 살인에 관해 언급하고 "지역사회 전체를 날려버리겠다"는 글도 올려놓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카고에서는 총 4천174건의 총기사고가 발생, 719명이 숨지고 3천455명이 부상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총기사고는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셈이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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