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관저서 11km 떨어진 곳…차로 이동했는지 밝혀지지 않아
현재 규정은 '주변 지역'에서만 운동 가능…지침 개정 검토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관저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목격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 10일 오후 2시께 동런던 스트랫퍼드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을 찾은 이들은 존슨 총리가 경호원을 대동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존슨 총리는 평소 자전거 애호가로, 런던 시장이나 외무장관 시절에도 자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확진으로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살을 빼기 위해 총리관저 인근에서 조깅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자전거를 탄 공원이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7 마일(약 11km)이나 떨어진 곳에 있어 논란이 벌어졌다.
현재 잉글랜드 지역에는 코로나19 3차 봉쇄조치가 적용 중이다.
지난 4일 발표된 봉쇄조치 지침에 따르면 하루에 한 번 조깅이나 산책,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위해 외출할 수 있지만 '주변 지역'(local area)에서만 가능하다.
'주변 지역'의 뚜렷한 정의가 없다 보니 이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운동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 관한 명확한 규정도 없다.
최근 더비셔 경찰은 차를 타고 집에서 5 마일(약 8km) 떨어진 저수지로 간 뒤 산책을 한 두 명의 여성에게 코로나19 지침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벌금을 철회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존슨 총리의 경우 공원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 자전거를 탔는지, 아니면 관저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공원까지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사상 최다를 기록하면서 국민에 "집에 머물러달라"고 당부한 존슨 총리가 운동을 위해 이처럼 먼 곳까지 이동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존슨 총리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총리실 측은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지침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맷 행콕 보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존슨 총리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당신이 긴 시간 산책을 하면서 집에서 7 마일 떨어진 곳까지 갔다면 이는 문제가 없다"면서 "그러나 당신은 지역에 머물러야 하며, 나라의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하자 영국 정부는 운동에 관한 지침을 명확히 해 거리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나라인 아일랜드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집 밖 5km 이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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