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들, 올해 전기차 속속 출시…IT업체들은 완성차업체와 합종연횡
애플·현대차 협업 추진에는 기대반·우려반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올해 고성장세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가운데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이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체간 합종연횡도 속도를 내고 있다.
◇ 미국·중국 전기차 고성장세 재진입할 듯
13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성장을 홀로 견인했다면 올해는 유럽이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고성장세로 재진입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전동화 모델 예상 판매량을 작년보다 37.5% 성장한 625만대로 전망했다. 이중 순수전기차(BEV)는 235만대로 작년(170만대) 대비 38.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지급이 2022년 말까지 연장된 가운데 작년 대비 33%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탄소배출 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2035년 이후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상태다.
미국 역시 바이든 정부의 연비 규제 강화와 전기차 시장 확대 정책으로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작년 대비 40% 증가할 전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연방정부 보조금 수령 기준을 업체당 20만대에서 5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중고차의 전기차 교환 보조금 등이 도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테슬라 주도 판도 바뀔까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 온 테슬라는 작년 한 해 동안 연간 목표치로 제시한 50만대에 근접한 49만9천550대의 전기차를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부터 상하이공장에서 모델3을 생산한 데 이어 올해는 모델Y를 신규 생산하며 25만대이던 중국 공장 생산 능력이 55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산 모델Y 출시를 앞두고 가격을 파격 인하하기도 했다. 여기에 독일 베를린공장이 연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텍사스공장도 신규 건설 중이어서 판매 대수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 경쟁 업체들이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견제에 나서고 있어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올해 폭스바겐 ID.4를 비롯해 닛산 아리야, 테슬라 모델 S 플레이드(Plaid), BMW iX3, 벤츠 EQC, 포르쉐 타이칸 CT 등 BEV 전용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며 렉서스 UX300e, 포드 머스탱-마하 E, GMC 허머 EV, 아우디 Q4 e-트론 등 파생 모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1'에서도 전동화 중심의 미래차 전략과 신기술이 잇따라 소개됐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프로그램에 270억달러(약 29조7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모두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연간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다. 배송용 전기트럭 서비스 '브라이트드롭'(BrightDrop)도 시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형 전기 세단 EQS에 탑재될 MBUX 하이퍼스크린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BMW는 플래그십 순수전기차 iX에 탑재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운영체제 'BMW iDrive'를 선보였다.
지난달 LG전자[066570]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한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는 앞으로 고객사들이 10년 이내에 파워트레인의 전기화란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CES에 불참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아이오닉5의 티저 이미지를 이날 공개한 데 이어 다음달 전세계에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000270]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디젤 엔진의 신규 개발 중단도 검토 중이다.
◇ IT 공룡·완성차업체 합종연횡 활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百度)는 지난 11일 중국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하고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의 양대 인터넷 공룡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의 3대 전기차 스타트업인 웨이라이(蔚來·Nio)와 샤오펑(小鵬·Xpeng)의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 상하이시 푸둥(浦東)신구 정부와 함께 스마트 전기차 제조사인 즈지(智己)자동차를 설립했다.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도 자동차 제작에 뛰어들었다. 디디추싱은 최근 자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比亞迪·BYD)가 생산한 호출 차량 전용인 밴형 전기차를 공개했다.
이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사업부인 웨이모가 작년 미국 피닉스주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작년 자율주행기술기업인 죽스를 인수하고 첫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를 공개했다.
임은영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모빌리티 산업이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까지 발전하면서 현재 자동차시장보다 3∼4배 이상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IT 공룡과 완성차업체의 협업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전기차의 기반 기술을 갖춘 완성차업체는 기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중심에서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애플-현대차 손잡나…외신 "막다른 골목일 수도"
최근에는 애플과 현대차의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 협업 가능성이 업계의 최대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애플은 2024년까지 자율주행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현대차를 포함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현대차 주가가 급등해 코스피 시총 순위가 8위에서 4위로 수직 상승하는 등 시장이 들썩였다.
아직 애플의 자동차 개발에 대해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애플의 파트너로 거론된 점만으로도 현대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과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튼, LG전자와 마그나, 폭스바겐 등이 '애플카 생산업체'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성사된다면 전기차 완성품을 위한 전동화 핵심 기술과 생산은 현대차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애플이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는 애플의 생산하청업체로 전락한 폭스콘처럼 현대차 역시 애플의 위탁생산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협업 성사에 대한 '키'를 애플이 쥐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득실을 따지며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카의 잠재적 제조 물량 등을 고려하더라도 현대차의 시장 가치가 150억달러 가량 늘어난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의 제조자개발방식(ODM)을 추구하는 것은 애플처럼 막강한 브랜드와 함께 하는 것이어도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그나의 경우 재규어의 전기차 SUV인 I-페이스를 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완성차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1.1%, 2019년 2.1%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이 매우 낮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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