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금융당국이 3월에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면서 공매도 재개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 가격이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버블 방지와 유동성 공급 등 순기능이 있으나 하락장에서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꼽혔다.
또 공매도는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어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일으키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샀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 기한인 3월 15일까지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향상 등의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도 자체가 개인에게 불리하고 공매도를 악용해 불법 행위를 저지를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많은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증시 상승장을 이끈 '동학개미'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우려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와 700만 주식 투자자를 우선으로 놓고 판단하면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는 게 맞다"며 "다른 나라 증시가 2∼6배 오르는 동안 작년까지 13년간 '박스피'에 갇힌 여러 요소 중 공매도가 제1의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위중한 상황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나올지 모르는데 공매도를 재개하면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조치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3월에 공매도를 재개해도 전체적으로 증시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공매도 금지를 해제해도 시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대형주 위주로 오르는 이 시점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면 이런 종목에 공매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가 폭락한) 작년 3월 같은 때에는 공매도 금지가 필요했으나 이런 유동성 장세에서는 폭락 장세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는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와 개별 기업 실적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며 "공매도 시행 전에 주가가 더 오르면 조정 요인이 되겠지만 시장이 앞서 조정을 많이 받으면 공매도 재개 후 영향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소형주,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등락하는 테마주 등을 중심으로 종목별로는 공매도 재개가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공매도가 제대로 기능하면 소문만으로 오르는 종목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시총 상위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공매도가 재개되면 오히려 인덱스 상단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를 재개하면 대형주보다는 현물과 선물 가격이 벌어진 중소형주가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 코스닥 현물이 선물 대비 5.5% 정도 고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전에 공매도 거래 비중이 클 때 10%까지 올라왔다"며 "코스피 거래대금이 40조원이고 4조원이 매도 물량으로 잡힌다고 보면 이 4조원이 시장을 급격히 흔들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 재개가 당장 주가를 크게 뒤흔들지는 않아도 가격 발견 등 공매도 순기능을 기대하며 공매도를 재개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증시가 과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일부 대형주가 올라서 나타난 착시 현상"이라며 "공매도가 없어서 모든 종목이 과열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순기능이 선진국에서 일부 작동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없다"며 "공매도 없는 지금도 가격 하락하는 종목이 많으며 공매도 없이도 시장 조정이 된다는 게 지난 9개월간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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