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매도 원칙대로 재개하되 문제점은 철저히 보완해야

입력 2021-01-13 15:58  

[연합시론] 공매도 원칙대로 재개하되 문제점은 철저히 보완해야

(서울=연합뉴스) 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했던 공매도의 재개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던 지난해 3월 15일부터 주가 급락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당초 6개월로 예정됐던 금지 조치는 증시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는 이유로 6개월 더 연장됐다. 1년간이나 금지됐던 공매도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오는 3월 16일부터 재개돼야 하지만 최근 증시 참여가 활발한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매도는 제대로 운영될 경우 순기능이 많고 선진 금융시장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행해야 할 제도다. 또한 예외적인 공매도 금지를 한 차례 연장까지 한 만큼 또다시 재개 일정을 미룬다면 정책의 일관성이 의심받고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우려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동안 공매도를 통해 이득을 본 것은 주로 외국인과 기관들이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압도적인 자금력과 정보력을 내세워 하락 기미가 있는 주식 종목을 공매도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고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투자 한도나 증거금도 차등 적용돼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더욱이 외국인과 기관들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공매도한 종목의 주가 하락을 부추기거나 불법으로 규정된 무차입 공매도 등 불공정 행위를 빈번히 저질러 왔는데도 적발되는 경우는 드물고, 적발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2010~2019년 10년간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는 101곳으로 이 가운데 45곳은 소규모 과태료를 부과받았고 56곳은 주의 처분만 받았다.

공매도 재개에 앞서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금융위는 개선 대책 가운데 하나로 1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주문 금액 범위 내에서, 공매도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한 경우에는 5억원 이하 또는 부당 이득액의 1.5배 이하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이익의 3~5배로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금융위는 이 밖에도 시장조성자(증권사)의 공매도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안 등 보완 대책도 준비 중이다. 금융위는 최근 며칠간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공매도 재개는 없던 제도를 새로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러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돼 오랫동안 유지돼 왔으나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일시 유예했던 제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제도가 재시행되면 모처럼 훈풍이 부는 주식시장이 다시 얼어붙을지 모른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우려에 수긍할 만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매도가 반드시 부당하게 주가를 떨어뜨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니다.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예상과 달리 오른다면 투자자는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되므로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공매도는 향후 장세를 달리 예측하는 세력들 사이의 밀고 당기는 상호작용을 통해 주가의 흐름이 정상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순기능이다. 이른바 '작전 세력'이 부당하게 주가를 부풀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할 때뿐만 아니라 하락할 때도 이익을 얻을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는 또하나의 수단을 안겨준다. 이 때문에 금융 선진국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공매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 증시 상황은 공매도 금지의 주된 이유가 됐던 주가 하락 가능성보다는 증시 과열에 따른 우려가 더 큰 마당이다.

공매도와 같은 제도가 가져다주는 이득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그로 인해 손해를 봤거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계층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이런 반대 목소리에 편승해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에서 제도를 보완하기보다는 공매도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 관계 기관들은 반대론자들까지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를 철저히 보완해 누차 공언해온 공매도 재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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