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추정물질로 변할 수 있어…국내 안전기준 없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시중에서 팔리는 식용유 일부 제품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은 가정에서 식용유로 많이 쓰는 카놀라유, 콩기름, 팜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유, 현미유 등 식물성 유지 6종 30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콩기름,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제품은 EU 기준치(1,000㎍/㎏ 이하)에 적합한 글리시딜 지방산 에스터(GEs)가 검출됐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았으나 팜유와 현미유, 포도씨유 중 5개 제품은 기준치를 초과했다.
GEs는 지방 함량이 높은 원재료를 고온으로 가공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GEs를 섭취하면 체내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글리시돌'이라는 물질로 전환해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
글리시돌은 동물 실험에서 신경·신장 등에 미치는 독성과 발암성이 확인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발암추정물질'(Group 2A)로 분류하고 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EU는 2018년부터 GEs 허용 기준치를 정해 이를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회수·검역 통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현재 이런 기준이 없다.
소비자원은 또 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 에스터(3-MCPDE) 검사에서도 검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체내에서 GEs가 글리시돌로 전환하듯 3-MCPDE는 '3-MCPD'로 전환해 인체에 흡수되는데 3MCPD도 동물 실험에서 독성이 확인돼 IARC가 '인체발암가능물질'(Group 2B)로 분류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3-MCPDE 기준을 정해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실시 중이나 국내에는 아직 안전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식용유의 지방산 유래 유해 물질 안전기준 마련을 요청하고 관련 업체에는 유해 물질 저감화를 위한 원료 관리 강화 및 제조 공정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옥수수유와 올리브유는 선행 연구를 통해 GEs 검출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돼 이번 검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소비자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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