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만능줄기세포 배양 '미니 뇌' 실험, 허혈성 미소 뇌경색 확인
코로나19 신경계 질환 치료 '청신호'… '실험 의학 저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호흡기 질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호흡기 외의 다른 여러 인체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뇌와 척수)에 침입하면 두통, 미각 및 후각 상실, 망상, 뇌졸중, 뇌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병원체나 이물질의 뇌세포 유입을 차단하는 '혈뇌장벽'(BBB)을 통과한다는 동물실험 결과(작년 12월 21일/ 미국 워싱턴 의대/ 저널 '네이처 신경과학')는 보고된 바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혈뇌장벽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뇌 모세혈관 내피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이물질 차단 구조를 느슨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작년 11월 2일/미국 템플대 의대/ 저널 '질병 신경생물학')도 나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직접 혈뇌장벽을 뚫고 뇌의 뉴런(신경세포)이나 다른 유형의 뇌세포에 감염하는지는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에 감염해 뇌 신경세포를 직접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인간의 뇌 오르가노이드(brain organoids)와 생쥐 모델 시험에서 밝혀진 것이다.
오르가노이드는 체내 환경을 모방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배양한 폐, 간, 심장 등의 미니 장기나 유사 조직을 말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예일대 의대의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 연구팀은 1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실험 의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신경세포에 감염할 수 있고, 신경 세포의 시스템을 이용해 자기 복제를 한다는 걸 알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된 신경세포의 대사 작용을 자극해 자기 복제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주변의 뉴런은 산소 부족으로 사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로 숙주세포 표면의 ACE2(효소 단백질)와 결합해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연구팀은 ACE2 단백질이 실제로 뇌 오르가노이드의 신경세포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면 신종 코로나 감염도 막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지금까지 뇌세포 표면에 ACE2가 존재하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의 ACE2 단백질을 생성하게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의 뇌에도 감염했다.
이렇게 생쥐 뇌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뇌혈관에 극적인 변화를 일으켜 뇌 조직에 대한 산소 공급을 교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가 생쥐의 중추신경계에 들어가면 폐에만 감염했을 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 환자 3명의 뇌 조직도 검사해, 이 중 한 명의 대뇌 피질 신경세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입자를 발견했다.
이 감염 부위는 혈액 공급 감소로 조직 손상과 세포 사멸이 생기는 허혈성 뇌경색과 연관된 영역이다.
이런 미소 뇌경색(microinfarcts)은 세 환자에게서 모두 발견됐다.
결론은 뇌 신경세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표적이 될 수 있고, 그런 감염으로 허혈성 미소 뇌경색이나 신경세포 사멸 등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에게 나타나는 여러 신경학적 증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뇌 신경세포 감염에 따른 결과로 추정됐다.
이와사키 교수는 "앞으로 특정 환자에게만 작용하는 중추신경계 감염 요인이 있는지를 더 연구해야 하고, 뇌 감염 경로와 중추신경계의 다양한 세포 유형별 감염 순서도 확인해야 한다"라면서 "이런 작업은 신종 코로나와 허혈성 뇌경색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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