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삼성 등에 밀리고 애플 '퇴짜'로 압박 가중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위기의 계절을 맞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인텔이 13일(현지시간)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기로 했다.
인텔은 2월15일자로 밥 스완 CEO가 물러나고 팻 겔싱어 VM웨어 CEO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정식 임명된 스완 CEO는 1년여 만에 경질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방송 등이 전했다.
새 CEO인 겔싱어로서는 10여년 만의 '친정' 귀환이 된다. 18세 때 엔지니어로 입사한 겔싱어는 30여년 간 인텔에 몸담으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랐다가 2009년 다른 회사로 옮겼다.
오마 이쉬라크 인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지금이 리더십을 바꿀 적절한 시기라고 결정했다"며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팻의 기술과 엔지니어링 전문지식에 의존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겔싱어 신임 CEO는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인텔에서의 경험이 내 전체 커리어를 형성했고 이 회사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면서 "모든 것의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는 중대한 혁신의 시기에 CEO 역할로 '집'에 돌아온 것은 최고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인텔 주가는 장중 최대 13%까지 올랐다.
이번 교체는 인텔이 미 최대 반도체 회사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인텔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경쟁자인 엔비디아에 추월당했고, 과거 큰 격차로 앞섰던 AMD에도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추세다.
최첨단 반도체 경쟁에서도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 칩을 자사 컴퓨터에 장착하고, 아마존과 구글도 인텔 의존도를 줄이면서 위기가 가중됐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작년 말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인텔에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다만 CEO 교체는 서드포인트의 요구사항이 아니라 인텔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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