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투 트래블' 이후 잦은 방향 선회로 혼선 초래 비판
코로나 긴급사태 대폭 확대에 "정치판단 우선" 평가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이세원 특파원 = "음식점이 문을 닫는 오후 8시 이후뿐 아니라 낮에도 (불요불급한 외출을) 삼가달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13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 발령 지역 확대를 발표하면서 대국민 외출 자제 요청을 강화했다.
늑장 대응으로 일본 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방역 대책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스가 총리의 잦은 방향 선회로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에 따른 요청에 '명확성'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7일 도쿄도(東京都) 등 수도권 4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긴급사태를 발령하면서 오후 8시 이후 외출 자제를 요청했다.
음식점 영업시간도 오후 8시까지로 단축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오후 8시까지는 괜찮다"는 메시지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 감염증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낮 모임에도 도사리고 있는데 메시지 발신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스가 총리는 밤에도 낮에도 불요불급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을 하기에 이른다.
스가 총리의 일관성 없는 코로나19 대책 변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가 총리는 국내 여행 장려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의 계속 추진을 고집하다가 지난달 비판 여론에 밀려 전국 일제 중단을 결정했다.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 등 지자체장들의 요청에 떠밀려 수도권 긴급사태를 발령하는 모양새였다.
수도권 긴급사태 발령 때 유지를 결정한 한국·중국 등 11개 국가·지역과의 비즈니스 관계자 왕래도 집권 자민당 등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전날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스가 총리가 수도권에 이어 6일 만에 추가로 오사카(大阪)부 등 7개 광역 지자체에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비즈니스 왕래를 포함해 외국인 신규 입국을 전면 중단한 것은 '늑장 대응' 여론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추가로 긴급사태가 발령된 지역 중 후쿠오카(福岡)는 지자체장의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발령이 결정됐다.
스가 총리는 전날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말실수를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긴급사태 추가 선포 지역인 후쿠오카를 시즈오카(靜岡)라고 잘못 얘기한 것이다.
규슈(九州) 북쪽에 있는 후쿠오카는 대한해협에 접하고 있고 시즈오카는 혼슈(本州)에 있으며 태평양에 접하고 있다.
그는 직선거리로 700㎞ 정도 떨어진 두 광역자치단체를 혼동했지만 정정하지 않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긴급사태를 후쿠오카에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1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스가 총리가 후쿠오카를 시즈오카로 잘못 말한 것을 거론하며 "스가 총리 괜찮습니까. (중략) 아무도 즉시 정정하지 않은 것은 왜 그렇습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작년 9월 출범 초기 60~70%대 고공행진을 하던 스가 내각 지지율은 코로나19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비판 속에 40% 안팎으로 추락했다.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자칫 정치적 위기에 몰릴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자민당 내에선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차기 중의원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일본 언론은 긴급사태 추가 발령에 신중한 입장이던 스가 총리가 6일 만에 발령 지역의 대폭 확대를 발표한 것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감과 함께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스가 총리가 전문가의 분석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긴급사태 지역을 확대한 것에 대해 "정치 판단이 우선했다"고 평가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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