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삼각주 탐색, 지구 가져올 시료도 준비
유인탐사 기술·장비 시연…코로나19 의료진 감사판 달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의 화성 착륙이 어느덧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7월 30일 발사된 뒤 총 4억7천100만㎞ 중 4억650만㎞를 비행해 전체 여정의 86%를 돌파하며 화성까지 약 6천419만㎞만 남겨놓고 있다.
시속 8만1천㎞로 비행 중인 퍼서비어런스는 정확히 33일 뒤인 내달 18일 오후 3시 30분(한국시간 19일 오전 5시 30분)께 화성 100㎞ 상공에 도착해 시속 2만㎞로 대기권에 진입하며 성공 확률이 50%밖에 안 돼 '공포의 7분'으로도 불리는 착륙을 시도하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퍼서비어런스의 화성 도착을 앞두고 이번 마즈 2020(Mars 2020) 화성탐사 임무의 핵심을 요약한 '꼭 알아야 할 7가지'를 정리해 발표했다.
◇ 목표는 고대 생명체 흔적 탐색 = 바퀴 6개를 가진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을 가장 큰 임무로 삼고 있다.
화성 표면이 현재는 기온이 낮고, 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지만 과거에는 강물이 흐르고 기온도 더 따뜻해 미생물이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흔적을 찾는 것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기 물질과 광물을 탐지하는 스캔 장비인 '셜록'(SHERLOC·서식가능 환경 유기물 및 화학물질 라만·형광 스캐닝)과 암석과 침전물의 화학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픽슬'(PIXL·X선 리토체미스트리 행성 장비) 등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축구장 거리 밖에서 암석 조직을 파악할 수 있는 '마스트캠-Z'(줌) 카메라와 7m 거리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기화하는 암석의 화학 성분을 포착할 수 있는 '슈퍼캠'도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는 데 기여하게 된다.
레이더파를 발사해 표면 아래의 지질학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 이미지 장비인 '림팩스'(RIMFAX)도 갖추고 있다.
◇ 착륙지는 생명체 흔적 찾을 가능성 높은 고대 삼각주 =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할 곳은 적도 인근 '이시디스 평원'(Isidis Planitia) 서쪽에 있는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다. 이곳은 폭 45㎞의 분지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모래언덕(沙丘), 바위 지대 등을 갖고 있다.
약 35억 년 전에 강물이 흘러 큰 호수로 유입되면서 퇴적물이 부채꼴 모양으로 쌓여 삼각주를 형성한 곳으로 추정된다. 퍼서비어런스 과학팀은 강의 삼각주와 호수 퇴적물에 유기 분자나 고대 미생물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질과 기후 관련 자료 수집도 임무 = 퍼서비어런스호가 분석할 화성의 암석에는 화성의 과거 기후와 지질사가 기록돼 있다. 이에 관한 연구는 화성이 어떤 과거를 겪었는지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데, 지구와 비슷했던 화성이 왜 현재처럼 변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 화성 왕복 탐사 첫발 = 화성의 고대 생명체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퍼서비어런스호는 시료 저장장치를 갖고 화성에 가는 첫 로버로, 이 장치는 나중에 파견될 다른 우주선을 통해 지구로 가져와 시료를 정밀분석하게 된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서 파견돼 활동 중인 핵 추진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처럼 암석 시료를 가루로 분쇄해 현장에서 성분을 분석하지는 않는다. 대신 분필 크기로 암석 코어를 채취한 뒤 시료 튜브에 담아 보관하다가 적절한 장소에 떨궈놓거나 이를 회수할 착륙선에 직접 전달하게 된다.
NASA는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시료를 지구로 가져올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시료가 지구에 도착하면 너무 크고 복잡해 화성에 보낼 수 없었던 더 정밀한 장비로 분석해 로버가 현장에서 할 수 없었던 정보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미래 유인 탐사에 사용될 장비·기술 시험대 =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 착륙해 고대 생명체 흔적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달 복귀와 화성 유인탐사의 밑돌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장비와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지형 비교 항법'(Terrain-Relative Navigation)이다. 대기권에 진입한 뒤 낙하산을 펼치고 하강하는 짧은 과정에서 주변 지형을 신속히 확인하고 미리 입력된 지도와 비교해 안전한 착륙지로 경로를 자동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장치는 달과 화성에 우주선을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데 꼭 필요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또 로버의 각종 센서를 개량하고 연산 능력과 알고리즘을 강화해 지구관제소로부터 일일이 명령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폭을 늘렸다. 이는 지구의 지시를 기다리느라 드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탐사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밖에 퍼서비어런스가 가져간 '화성 산소 현장 자원 활용 실험'(MOXIE) 장치는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CO₂)에서 산소(O)를 뽑아내는 것으로, 미래 탐사에서 이를 이용해 로켓 추진 연료와 호흡에 이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또 화성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열 방패의 성능 등 다양한 자료를 모을 센서 집합체인 '메들리 2'(MEDLI2·화성 진입·하강·착륙 장비2)와 화성의 기후와 기상, 자외선 복사, 먼지 등의 정보를 제공할 '메다'(MEDA·화성 환경역학 분석기) 등도 미래 화성 유인탐사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퍼서비어런스가 가져가는 화성 헬기 '인저누어티'(Ingenuity)의 첫 시험비행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행성에서의 동력 비행은 처음으로, 1.2m 길이의 회전날개가 분당 2천400회 돌며 짧은 비행을 하게 되지만 성공한다면 관련 자료는 미래 항공 탐사의 토대가 된다.
◇ 최대한 생생하게 = 퍼서비어런스는 모두 19대의 카메라를 달고 있으며, 진입·하강·착륙 장치에도 4개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역대 어떤 우주탐사 때보다 많은 카메라를 갖고 가는데 관련 이미지는 마즈 2020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NASA 계획대로 착륙에 성공한다면 고해상도 이미지는 물론 로버 측면에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처음으로 착륙할 때 잡은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된다. 슈퍼캠에 장착된 마이크는 암석의 성질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바람 소리도 포착할 수 있다.
◇ '인내' 뜻하는 로버 이름이 힘이 되길 = NAS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화성 탐사 우주선을 준비해 발사하고,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 시료를 채취하고 미래 탐사 기술을 시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퍼서비어런스 운영팀은 세계가 겪는 팬데믹의 도전을 특히 염두에 두고 '인내'를 뜻하는 로버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퍼서비어런스 동체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싸워온 지구촌 의료계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는 특별 감사판을 달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을 갖고있다고 설명했다.
NASA는 이번 화성 탐사가 미래 세대의 새로운 길을 구축하고 발견을 하도록 세계와 앞으로의 우주탐사를 고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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