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트럼프시대] 퇴임후 행보 촉각…'와신상담' 대권 재도전할까

입력 2021-01-15 10:30   수정 2021-01-15 13:40

[저무는 트럼프시대] 퇴임후 행보 촉각…'와신상담' 대권 재도전할까
보수 지지층 장악 속 공화 적수 미약…상원탄핵후 공직차단 절차 가능
기업가 복귀 가능성…전례 없는 前대통령의 수익사업 '윤리적 비난' 예상
검찰수사·소송 줄줄이 대기…'셀프 사면'도 한계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임기 막판 하원에서 또다시 탄핵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임이 다음주로 다가왔다.
대선 패배에도 온갖 음모론을 퍼뜨리며 막판까지 권좌를 놓지 않으려던 그가 우여곡절 끝에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갈 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백악관을 떠나는 미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한 또 다른 역할을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걸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퇴임 후 행보가 더 큰 관심사다.
의회의 대선 승자 확정에도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던 그는 사상 초유의 의회 폭동 사태를 조장했다는 비난에 휩싸이고서야 마지못해 승복했다.
하지만 미 하원이 전날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그는 미 역사상 두 번의 하원 탄핵을 받은 첫 대통령이란 오명을 썼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통령으로서 그의 말로와 행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2024년 재출마 여부다.
미 대통령 임기는 두 번으로 제한돼 있지만, 꼭 연임일 필요는 없다. 법적으로 그가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22대 및 24대 대통령을 역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그랬듯이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뒤 재도전 의사를 참모들에게 숱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라면 결코 무시할 상황은 못 된다.
이번 대선에서 7천400만 표를 획득, 바이든 당선인을 제외한 역대 최다 득표를 올린 데서 보듯 그의 보수층 장악력은 여전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릭 스콧 등 상원의원,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등 잠룡들이 있지만, 트럼프에 압도적인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로선 필적할 상대가 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반란'을 일으키며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은 의회 폭력 사태는 보수 진영에서 그의 입지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장면이다.



변수는 있다. 하원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을 상원이 가결한 뒤 별도의 공직 취임 금지 안건을 과반 찬성으로 처리하면 대선 출마길이 원천 차단된다.
공화당 상원 일각의 탄핵 동조론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다만 상원 공화당이 트럼프 퇴임 이전 논의를 차단한 탓에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탄핵 심리가 예상되며, 이 경우 적법성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1876년 율리시스 그랜트 정부의 윌리엄 벨크냅 국방장관이 사임 후 탄핵당한 참고 전례가 있다.
대권 재도전 여부와 무관하게 그가 사업가로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사업체를 운영하며 수익을 낸다는 것은 윤리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 그룹은 호텔, 리조트, 골프장 등 전 세계 500개 이상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퇴임 이후 형사 기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통령직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퇴임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수사와 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의회 폭동을 조장한 혐의에 대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공조 수사하고 있다.



대선 패배 뒤집기를 위해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한 회유·협박 전화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된 사안도 해당 주 사법당국이 조사를 벼르고 있다.
뉴욕 검찰은 금융 및 부동산 사기와 탈세를 들여다보고 있다. 맨해튼 지검은 이미 은행과 보험사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가는 등 트럼프 그룹이 대출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트럼프 그룹이 장녀 이방카가 대표로 있는 컨설팅업체에 거액 자문료를 지급하고 세금을 감면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성 추문을 막으려 돈으로 입막음했다는 스캔들, 조카 메리의 유산을 둘러싼 소송, 취임 후에도 사업체를 소유하며 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수입을 올렸다는 의혹 등도 트럼프가 맞닥뜨릴 사안이다.
이런 법적 장애물을 원천봉쇄하려 트럼프가 퇴임 직전 '셀프 사면'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 패배 뒤 불법을 저지른 측근을 대거 사면한 연장선이다.
하지만 스스로 사면하더라도 이는 연방 범죄에만 적용되며, 지방검찰의 기소를 막지는 못하기 때문에 법의 예봉을 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4년 뒤 백악관에 복귀할 수 있다는 구상 속에 이번에 물러날 계획이었지만, 이제 그는 탄핵 또는 심지어 형사고발 가능성과 다퉈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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