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도심 역세권에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의 시범사업 후보지가 선정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15일 발표한 시범사업 후보지는 동작구 흑석2, 강북구 강북5, 종로구 신문로 2-12구역 등 모두 8곳이다. 실제 시행 과정에서 변동될 여지는 있지만, 계획대로라면 '알짜배기' 도심지에서 모두 4천763가구의 주택이 공급돼 기존 주택 1천704가구를 제외하고도 3천59가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당장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물량은 아니지만, 현재 주택 수요자들의 가장 절실한 바람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역세권의 기존 정비구역에 속해 있지만,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간 갈등으로 오랫동안 사업이 정체돼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지정되면 용적률이 법정 한도의 120%까지로 늘어나는 등 도시규제가 완화되고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되며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각종 공적 지원이 제공된다. 이 밖에도 관리처분 시 산정되는 조합원 분담금을 보장해 확정 수익을 지켜주고 미분양 비주거시설의 매입을 지원하는 등 조합들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와 서울시는 늘어난 용적률의 20~50%는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도록 하고 해당 사업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개발이익의 공적 환수와 투기 억제 대책도 함께 마련했다. 새로 건설되는 주택 중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물량의 절반은 공공임대, 수익공유형 전세 등으로 공급할 것이라는 복안도 밝혔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주택공급 확대는 물론 조합원과 사업자의 적정 이익을 보장하면서도 투기는 억제하고 주택의 공공성을 제고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된다.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에 주력했던 그동안의 주택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가격 안정에도 실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철저한 투기 억제 대책과 개발이익의 적절한 환수를 전제로 민간에 유인책을 제공해 자연스러운 시장의 논리에 따라 공급이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의 근본 대책이라는 점은 많은 전문가가 누누이 지적해온 터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도심정비 사업인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돌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후보지 공모에 70곳이 참여할 만큼 제시된 유인책들은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 상가 소유자 등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제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그리고 유인책 가운데 일부는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가능해지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된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야당의 만만찮은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기존 도시재생사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도 문제다. 도시재생은 철거나 이주를 통한 재개발이 아니라 기존 모습을 보존한 채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으로 해당 지역은 이번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도시재생 지역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사업으로 주거 환경이 오히려 열악해졌다며 공공재개발 참여를 원하고 있어 어떤 형식으로든 두 사업을 연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공재개발은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 이전부터 추진돼 왔던 사업이지만, 여러 면에서 '변창흠표 공급 확대'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서울 도심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용적률 등을 파격적으로 풀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연립 다가구 등 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일반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혼합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아파트 가격 급등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가격 안정이 주택 정책의 전부일 수는 없다. 주택 건설 수량만 늘린다고 공급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수요자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크기와 형태의 주택을 지어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주택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다. 정부는 이번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을 시험대 삼아 도심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세밀히 가다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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