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사생활 침해하고 민주주의 작동 지장"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프랑스 개인정보보호 기구인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령 위반을 감시하려고 카메라가 달린 드론(무인기)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14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CNIL은 "프랑스 내무부는 법적인 틀을 벗어나 드론을 운용했다"라며 이를 강하게 비난하고 더는 사용해선 안 된다고 지시했다.
CNIL은 드론 촬영이 실험적인 단계이고 처벌하려고 운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이 드론을 이용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을 운용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전염을 막으려고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령을 내린 나라 중 하나로 드론, 헬리콥터를 시험적으로 동원해 위반자를 적발하고 계도 방송도 하고 있다.
CNIL은 "이런 시도가 시민이 보편적으로 감시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할 위험이 있고 우리의 민주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지장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인권단체들은 봉쇄령을 지키는지 감시하는 드론이 시민의 자유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시민에 대한 정부의 광범위한 감시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사용 중지 소송을 냈다.
프랑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파리에서 당국이 드론을 사용해 시민을 촬영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엔 지하철에서 시민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가리려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려다 반대에 부딪혀 유보됐다.
이번 CNIL의 결정은 파리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 해당한다.
WP는 "CNIL의 결정은 시민이 코로나 봉쇄령을 어떻게 지키도록 할지를 놓고 인권 보호단체와 당국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나왔다"라며 "많은 정부가 팬데믹을 이용해 권한을 넓히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다"라고 해설했다.
이어 "유럽은 사생활을 보호하는 법률이 널리 적용되는 곳이어서 인권 단체가 다른 대륙보다 목소리가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벨기에에서도 지난달 연말을 맞아 집안에서 사람이 모이는 것을 감시하려고 열감지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운용하려 했다가 인권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경찰관이 방역 지침을 지키는지 일반 가정을 방문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간소화하려다 사생활과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흐지부지됐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감염자의 동선을 추적하기 위한 앱을 도입했지만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보건 당국도 휴대전화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WP는 전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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