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국민안전 관해서는 원안위가 끝까지 책임져야"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최근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를 두고 환경단체와 원자력 학계의 주장이 엇갈리며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쪽은 삼중수소가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다른 쪽은 월성 원전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의 체내 피폭량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맞선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월성 원전 지하수 배수로 맨홀 고인 물에서는 71만3천 베크렐/리터(㏃/ℓ)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관리기준인 4만㏃/ℓ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환경단체는 원전 주변 주민의 삼중수소 피폭을 우려한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피폭량을 '바나나 6개'를 먹었을 때의 삼중수소 섭취량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바나나에 함유된 칼륨과 달리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서 결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삼중수소 검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원전이 국가시설인 만큼 국회와 정부의 주체적인 조사가 필요하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이해관계자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원자력 학계는 삼중수소가 인체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본다.
원전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의 방사선량이 많지 않으며 설령 삼중수소가 인체에 흡수되더라도 반감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피폭량이 연간 바나나 6개를 먹었을 때의 피폭량과 같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경주월성·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가 두 차례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했을 때 1차 조사에서는 평균 5.5㏃/ℓ, 피폭량은 약 0.6μSv(마이크로시버트)였고, 2차 조사에서는 3.1㏃/ℓ, 피폭량은 0.34μSv였다"며 "연간 바나나 6개를 먹을 때 피폭량이 0.6μSv이기 때문에 1차 조사 결과는 바나나 6개, 2차 조사 결과는 바나나 3.4개 섭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인체에 삼중수소가 흡수돼도 밖으로 배출되고, 반감기를 거치면 체내 삼중수소의 양이 줄어든다는 점도 들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다. 자연계에서는 12.3년 주기로 방사선량이 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사람이 삼중수소를 섭취하면 10일 주기로 체내 방사선량이 줄어든다. 사람이 섭취한 삼중수소는 소변이나 대변, 땀 등으로 배출되기에 인체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실 교수는 "삼중수소는 자연계에서 대부분 물 형태로 존재하며 체내에 들어오면 전신에 분포하다가 주로 소변으로 배설된다"며 "체외에서는 삼중수소 에너지가 피부를 뚫을 수 없어 안전하다"고 말했다.
삼중수소를 둘러싼 우려와 전문가의 반박이 이어지자 원안위는 월성원전 부지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관련 학회의 추천을 받아 민간 전문가를 뽑아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다만 원안위는 조사단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행정과 기술지원만 맡을 뿐, 조사단의 운영방식과 활동 계획 등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원안위의 민간조사단 구성에 대해 "원안위가 민간조사단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넘기는 것은 원안위로서의 존재 가치를 던져버린 것"이라며 "삼중수소 문제에 대해서는 원안위가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국민안전에 대해서는 원안위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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