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주자 상파울루 주지사 견제…언론 "백신 전쟁서 대통령이 패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보건 당국이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코로나백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접종까지 신속하게 이뤄지자 재빨리 말을 바꿨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백은 특정 주지사의 것이 아니며 브라질의 백신"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건부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이 코로나백 긴급사용을 승인한 직후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가 접종을 시작한 것을 비판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국가위생감시국은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가 시노백으로부터 수입한 600만 회분과 보건부 연계 연구기관인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이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수입할 예정인 200만 회분에 대해 전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국가위생감시국의 승인이 나오자마자 상파울루주 정부는 도리아 주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파울루 주립대 의과대학 병원에서 접종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리아 주지사가 보건부의 국가예방접종계획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오는 2022년 대선에서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도리아 주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보건부 장관은 "도리아 주지사가 코로나19 백신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백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백에 대해 여러 차례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에는 보건부가 부탄탕 연구소와 코로나백 4천600만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대로 하루 만에 취소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 코로나19 백신은 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 언론은 코로나백 접종이 시작된 것을 두고 "백신 전쟁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명백하게 패배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가위생감시국이 긴급사용을 승인한 데 맞춰 전날 주요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 행태를 비난하며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는 시위가 벌어졌다.
정치권에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중국 백신을 사지 않겠다고 수 차례 말한 대통령이 진실의 시간이 왔음에도 용기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아 의장은 전날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말라리아약과 구충제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사실을 떠올리며 "과학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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