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몇십 년 걸리는데…후발주자라고 실패라 보긴 어려워"
"국내 감염 통제로 임상 3상은 더욱더 더딜 것"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끝나 해외 곳곳에서 접종이 본격화하는데 국산 백신 생산은 더딘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총 6건이다. 미국 이노비오가 개발하고 국제백신연구소가 승인받은 백신을 제외하고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은 총 5개다. 이들은 모두 개발 초기 단계인 임상 1상 혹은 1·2상 중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미 임상 3상을 완료하고 긴급사용승인 등 절차를 거쳐 미국, 유럽 등지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시점이 해외보다 늦어 백신의 필요성도 뒤늦게 인식하게 된 점을 국내 백신 개발이 늦어진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따라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 시점도 1∼2달 늦어졌는데, 전례 없는 글로벌 수준의 초고속 백신 개발 전에서는 이 정도 지연이 큰 격차를 벌렸다는 설명이다.
백신 종류에 따른 차이도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안에 개발에 성공한 백신은 모두 RNA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주입해 체내에서 표면항원 단백질을 생성한 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국내 제약사 개발 후보물질 중에서는 RNA 백신이 없다. DNA 백신 2건, 재조합 백신 2건, 바이러스벡터 백신 1건이다.
특히 재조합 백신의 경우 B형간염, 자궁경부암 등 다른 질병 예방 백신에도 오랜 기간 사용돼 안전성이 입증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지만, 항원 단백질을 체외에서 만들어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까다롭다.
임상 1·2상이 마무리돼도 대규모 시험인 임상 3상은, 더욱더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임상 1·2상에서는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한 후 개별적인 피검사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형성했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임상 3상에서는 피험자들에게 백신을 투여한 후 일상생활에서 감염 예방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처럼 감염병 발생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행하기 어렵고 해외 다국가 임상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를 두고 국산 백신 개발을 '실패'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게 의료계와 제약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몇십 년 걸리는 백신 개발이 이번에 몇 달 늦었다고 해서 이걸 '실패'라고 봐야 하냐"고 반문했다.
제넥신의 DNA 백신 'GX-19N'의 임상 1·2상을 맡은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국내 제약사들도 기존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있고 허가 절차도 신속하지만, 워낙 해외 개발사들이 전투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디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조금 늦더라도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을 바탕으로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RNA 등) 백신들의 단점이 드러날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종류의 백신이 최선일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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