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배달대행 서비스업자들이 '미성년 주류주문으로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라이더가 본인의 돈으로 회사를 면책해야 한다'는 등 불공정 계약내용을 뒀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점검을 받고 수정하게 됐다.
공정위는 20일 배달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우아한청년들·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쿠팡)와 배달기사 대표단체(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 지회)는 회사와 배달기사 사이 불공정한 계약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배달대행 서비스업자들은 이를 3월 말까지 수정할 계획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배달대행 서비스업자들은 성인이라는 게 확인되지 않는 경우 주류 주문을 취소하는 데 배달기사가 협조해야 하고, 이를 위반해 회사에 법적 문제가 생기면 배달기사 자신의 비용으로 회사를 면책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라이더가 사업자를 면책해야 한다는 조항은 삭제됐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라이더가 회사에 일체의 책임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또 기존 계약서에 따르면 사업자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이더가 계약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할 경우 계약해지를 사전에 통보하고 라이더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이밖에 배달기사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 배달기사의 업무조건을 사업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 수정됐다.
지난해 10월 배달서비스 업계와 노동계는 배달대행업 분야의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공정위는 통합형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들이 배달기사와 직접 맺은 계약서에 불공정한 조항이 있는지를 점검했고, 사업자들은 해당 조항을 자율 시정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계약서 자율시정으로 영향을 받는 배달기사는 전업 근로자가 많은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익스프레스 기준으로 6천명으로 추산된다. 배민커넥터와 쿠팡이츠는 아르바이트 라이더가 많은데, 이 회사의 배달기사들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배달기사의 계약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대행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맺거나, 배달대행 플랫폼과 계약을 맺은 지역 배달대행업체에 속해 일하는 경우다.
공정위는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와 지역 배달대행업체 사이,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사이 계약을 점검하고 표준계약서가 보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디지털 공정경제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청년, 소비자 대표와 함께 오는 22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현장 방문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자율시정안 마련을 통해 배달대행 업계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개선되고 배달기사의 권익도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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