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해산 FFP 대표 타나톤…왕실 소유 업체 백신 생산 문제 제기가 빌미 된 듯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정부가 야권의 유력 인사인 타나톤 중룽르앙낏 전 퓨처포워드당(FFP) 대표에 대해 소셜미디어(SNS) 발언을 이유로 왕실모독죄로 고발했다.
타나톤 전 대표의 정치적 비중을 고려할 때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디지털경제·사회부는 이날 타나톤 전 FFP 대표를 왕실모독죄로 형사 고발했다.
함께 고발장을 제출한 총리실 관계자는 언론에 왕실이 정부의 백신 전략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함으로써 왕실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타나톤 전 대표는 사실을 왜곡했고 국민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그는 군주제를 훼손했고, 이는 군주제를 사랑하는 태국민을 속상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타나톤 전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정부의 백신 전략 전반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술이전 협약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태국에서 생산하는 시암 바이오사이언스사(社)가 왕실 소유라는 점을 거론하며, 태국의 백신 전략이 이 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온라인 매체 네이션은 타나톤 전 대표가 정부의 백신 확보 준비가 늦었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시암 바이오사이언스의 재무 현황 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고발 조치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정부의 백신 확보 작업과 관련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이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만에 나왔다.
타나톤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대 지도부를 대상으로 본격 적용된 왕실모독죄로 수사를 받게 되는 가장 유력한 야권 인사가 됐다.
형법 112조에 규정된 왕실모독죄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죄목 당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태국 형사법원은 전날 60대 전직 여성공무원에 대해 왕실모독죄 29건을 적용, 징역 87년을 선고했다가 유죄 인정을 참작해 징역 43년으로 줄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2월 FFP 강제 해산 이후 타나톤 전 대표가 만든 반정부 단체인 '진보운동'측은 페이스북 방송에서 (왕실에 대한) 모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빠니까 와닛은 통신에 "왕실모독죄가 다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빠니카는 FFP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FFP는 지난 2019년 총선에서 '군부정권 종식' 공약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아 일약 제3당으로 발돋움했고, 이후에도 쁘라윳 정부를 지속해서 견제해 눈엣가시가 됐다.
결국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는 헌법재판소가 같은 해 11월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타나톤의 의원직을 박탈했고, 이듬해 2월에는 정당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FFP 강제해산 및 정치활동 10년 금지 판결을 내렸다.
FFP 강제 해산 직후 태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정부 집회가 시작됐고, 이는 '총리 퇴진·군부 제정 헌법 개정'은 물론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까지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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