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 최고 국립대인 필리핀대에 군경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전날 다닐로 콘셉시온 필리핀대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1989년 양측 간의 협정을 파기한다고 통보했다.
이 협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군경이 필리핀대 교내에 들어가려면 사전에 대학 측에 통보하도록 했다.
로렌자나 장관은 서한에서 "필리핀대 캠퍼스에서 필리핀공산당(CCP)의 은밀한 모집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해당 협정이 CCP와 무장 조직인 신인민군에 대한 작전을 막는 방패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콥셉시온 총장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필리핀대 학생과 교직원들은 딜리만 캠퍼스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국방부의 일방적인 협정 파기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필리핀대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도 국방부의 1989년 협정 파기는 정부 비판 인사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상원에도 국방부의 일방적인 협정 파기에 반대하면서 국방부와 필리핀대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이 다수 의원에 의해 공동 발의됐다.
반면 경찰청장 출신인 로날도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해당 협정 때문에 지난 31년간 정부가 CCP와 신인민군 등으로부터 기만당했다"면서 "협정 파기는 늦은 감이 있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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