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부터 행정조치 17건 서명…강한 국정 드라이브 예고
'기후변화·이민·국경' 트럼프정책 뒤집기…코로나19 대응·인종평등 역점과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부 이슬람국가의 미국 입국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미국 남부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선포된 비상사태 효력을 중단시켰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각종 논란을 무릅쓰고 시행한 정책을 줄줄이 뒤집은 것으로, 트럼프 시대와 단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 인종차별 완화를 목표로 한 행정 조치에도 서명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취임식을 끝내고 백악관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15건의 행정조치와 2건의 기관 조처 등 모두 17건의 서류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전 기자들에게 "내가 오늘 서명하는 행정적 조처 일부는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후변화와 싸우고, 인종 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다른 소외된 공동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명 문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점 과제를 뒤집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또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허가를 철회하는 것을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면적 명령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편을 든다며 WHO 탈퇴를 공식화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탈퇴 절차의 중단을 지시하는 행정 조처도 발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해 군 건설자금을 전용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를 철회하는 명령 역시 내렸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부 무슬림 국가들에 대해 취한 입국금지 조처도 없던 일로 만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한 7개 국가의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극심한 논란을 불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체류 중인 미성년자와 청년에게 취업 허가를 내주고 추방을 유예해주는 제도인 '다카'(DACA·다카)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점 과제인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앞으로 100일간 마스크 착용을 촉구하면서 연방건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세입자 보호를 위해 퇴거 조치 유예와 연방 학자금 대출 이자 유예 등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설립한 '1776 위원회'를 폐지하는 명령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미국적 교육과정이라며 이를 추진했지만, 미국사에서 인종차별주의의 상처를 지우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사실상 첫 업무를 행정명령 서명으로 시작한 것은 취임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핵심 국정과제 추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입법 없이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즉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10일 간 53건의 행정 조치에 서명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경제, 보건, 이민 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 측이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가 결정된 직후 취임 초기 취할 행정 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12월에 초안을 잡았다고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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