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연꽃' 변경에 "중국 영토 침범에 창의적 대응?" 냉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중국이 연상된다며 과일 이름을 인위적으로 변경한 인도 지방정부가 네티즌의 조롱을 받고 있다고 BBC방송 등 외신이 21일 보도했다.
서부 구자라트주의 비자이 루파니 주총리는 19일 "용과(Dragon fruit, 龍果)라는 이름이 적절하지 않다"며 "이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중국을 연상한다"고 말했다.
루파니 주총리는 "그래서 우리는 이 과일에 '카말람'(kamalam)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카말람은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을 뜻한다. 연꽃은 인도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상징이며 구자라트주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10년 넘게 주총리를 맡은 지역이기도 하다.
구자라트주의 이번 조치는 최근 국경 갈등으로 인해 인도 내 반중정서가 고조되면서 나왔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6월 국경지대 갈완계곡에서 양국군 간 '몽둥이 충돌'이 발생한 이후 중국산 제품 보이콧, 각종 프로젝트 취소 등 '중국 퇴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인도와 중국의 대결이 양국을 상징하는 코끼리와 용의 대결로 이미지화되기도 한다.
용과는 선인장 열매의 하나로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하지만 원산지는 중국이 아니라 중미다.
구자라트주의 결정이 알려지자 인도 네티즌들은 냉소를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사미트 바수는 트위터에 "세계 군사 역사학자들은 중국의 영토 침범에 대한 인도의 진정 창의적인 대응에 주목해야 한다"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
젤라 하르샤 사이는 "인도 영토 내에 마을을 짓는 중국에 대해 루파니 주총리는 과일 이름을 바꾸며 강력하게 대응했다"고 비꼬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언급된 '용'이라는 이름을 '카말람'으로 바꿔 조롱한 이들도 있었다.
디즈니 영화 '피터와 드래곤'의 제목을 '피터와 카말람'으로 교체하거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자막에 나온 단어 용을 카말람으로 고치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 인도국민회의(INC) 구자라트주 지부 대변인인 마니시 도시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과일 명칭 변경에 대해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 정부가 성과로 보여줄 만한 게 없자 실제 이슈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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