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질운석 동위원소 분석 결과 태양계 외곽서 전부 전달받은 것은 아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질소(N)는 산소와 수소, 탄소 등과 마찬가지로 지구에 생명체 존재가 가능하게 한 휘발성 원소다.
생명체 형성에 필수적인 이런 휘발성 원소는 원래 지구에 없었으나 목성 궤도 밖 태양계 외곽에서 만들어진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적어도 질소는 지구가 형성될 때부터 이미 상당 부분을 갖고 있었으며 모두 외부에서 온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라이스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환경·행성 과학과 교수 라즈딥 다스굽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철질운석의 질소 동위원소를 분석해 지구가 행성 형성 과정에서 목성 궤도 바깥쪽뿐만 아니라 안쪽의 질소를 끌어모았다는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휘발성 원소의 기원을 찾아내는 것은 태양계 안쪽 암석형 행성의 형성은 물론 원시행성 원반의 역학을 밝혀내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원시행성 원반의 원시 목성 궤도 안쪽에서는 온도가 높아 질소를 비롯한 휘발성 원소가 고체로 응축되지 못하고 가스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이 때문에 현재 암석형 행성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원시행성이 원반 안쪽에서 주변의 먼지를 긁어모아 덩치를 키울 때 휘발성 원소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지구는 '테이아'라는 화성급 행성이 충돌하며 달을 만들 때 비로소 휘발성 원소의 상당 부분을 전달받았다는 가설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지구에 떨어진 운석의 비휘발성 원소 분석에서 태양계 안쪽과 외곽의 동위원소 구성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난 데 착안해 휘발성 원소도 비슷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철질운석에 포함된 질소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철질운석은 현재의 암석형 행성과 같은 시기에 형성된 원시행성 핵의 잔해로 이번 연구에서는 가설을 검증의 만능패 역할을 했다.
질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원시행성 원반 안쪽에서 나온 모든 철질운석에서는 질소-15 동위원소 비중이 낮은 반면 바깥쪽에서 형성된 철질운석에서는 이 동위원소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원시행성 원반이 처음 몇백만 년 간 두 개 저장소로 분리돼 안쪽에서는 질소-14, 바깥쪽에서는 질소-15 비중이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다만비어 그레왈은 "우리 연구 결과는 현재 통용되는 이론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면서 "휘발성 원소는 처음부터 안쪽 원반의 먼지에 존재했으며, 지구를 포함한 오늘날 암석형 행성의 씨앗에 휘발성 원소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고 했다.
다스굽타 교수도 "적어도 지구의 질소는 태양계 외곽의 물질에서만 전달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이는 생명체가 거주하는 외계행성을 찾는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원시행성 원반에서 큰 행성이 이동해 외곽의 휘발성 원소가 풍부한 물질을 전달해주지 않더라도 별에 가까이 있는 안쪽의 행성은 인근에서 휘발성 원소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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