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 모임·풍습 제한, 노년층 백신 접종
"다른 국가들 보라, 이유 알 것"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1년을 맞은 싱가포르 정부가 음력설을 앞두고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어느 국가보다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에 따른 '재난'을 두 번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24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셴룽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사태 1년을 맞은 메시지를 전했다.
리 총리는 내달 음력 설에도 강력한 억제 조처를 하기로 한 정부 방침이 실망스러운 소식일 것이라면서도 "올해 우리는 심리적으로 다르게 음력설을 축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반복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사태를 겪는 도처의 국가들을 한번 보게 되면 여러분은 왜 우리가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역감염자 수가 '제로' 수준과 비교해 조금씩 늘어나는 점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전혀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의 경우, 신규 확진자 38명 중 4명이 지역감염자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내달 12일 음력설을 앞두고 지난주 강화된 코로나19 억제책을 발표했다. 오는 26일부터는 한 가구당 하루에 허용되는 방문객은 8명으로 제한했다.
또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다른 가구 수도 2가구로 한정했다.
새해 풍습으로 중국식 샐러드를 공중으로 던지며 새해 소망을 외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와 함께 27일부터는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시작한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사태는 지난 1년간 급격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1월 23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싱가포르는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로 확산을 막았다.
이 때문에 3월 초까지만 해도 대만·홍콩과 함께 방역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3월 하순 개학 강행 뒤 지역감염 사례가 생각 이상으로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30여만 명 대부분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코로나19의 '둑'이 터졌다.
기숙사에서 하루 1천 명 이상 신규확진자가 나오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4월에는 동남아 최대 코로나19 환자 발생국이라는 오명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대규모 코로나19 검사와 격리 조처 등을 강도 높게 벌여 지난해 연말에는 지역감염자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완연한 안정세를 보였다.
12월22일에는 화이자 백신도 아시아 최초로 들여와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체 570만명 가량 중 6만명 이상이 접종했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안정적 상황을 인정받아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던 특별 연례 회의, 이른바 다보스 포럼은 오는 5월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1971년 시작된 다보스포럼이 스위스 밖에서 개최되는 것은 2002년 미국 뉴욕에 이어 두 번째이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또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취소됐던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회의)도 올해는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의 안보 사령탑들이 총출동하는 행사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지난 2002년부터 매해 싱가포르에서 개최됐었다. 지난해에는 6월 5~7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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