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입국자 항문 검사 요구받아 '인권 침해' 논란
베이징서도 항문 검사…당국 "진단 정확성 높아서"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도 좋지만 항문까지 검사하는건 너무한거 아닌가요."
최근 베이징(北京) 교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베이징 입국 과정에서 항문 검사를 강요받았다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때문에 '항문 검사'를 강요받았다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국가와 공산당이 곧 법'으로 통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인 중국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주권과 안전, 국민 보호라는 명제를 내세우고 정책을 시행할 경우 반기를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숙청당했던 문화대혁명(1966∼1976) 시기를 거치면서 중국인들이 당과 정부의 정책에 절대 복종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게됐다.
이런 복종 문화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발발한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에 퍼지면서 1천만명에 달하는 우한이 봉쇄돼 주민들이 수개월간 집 밖에까지 나가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보이자 똑같이 재연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스자좡(石家莊)을 포함한 허베이(河北)성의 2천200만명의 주민들을 봉쇄해 움직이지 못하게했다.
코로나19 핵산 검사 또한 지역에 1명이라도 나오면 수십만명이든 수백만명이든 거의 그 지역 전체 주민이 검사를 받아야한다.
베이징 한인 최대 밀집지인 왕징(望京)의 주민 30여만명도 지난해 12월 불과 이틀새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이렇게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힘이 크다보니 코로나19를 뽑겠다며 꺼내든 항문 검사에도 중국인들은 별다른 저항이 없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9살짜리 남아가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로 보고되자 베이징시는 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모든 학생, 교직원들에 대해 코, 구강 뿐만 아니라 항문 검체와 혈청 검사까지 진행했다.
본인이 직접 항문 검체를 채취해 제출하기도 하지만 타인에 의해 검사를 받는 경우도 생겨 '인권 침해' 소지가 적지 않다.
한 교민의 경우 이달 초 베이징에 입국해 핵산 및 혈청 검사를 각오했는데 갑자기 격리 호텔에서 항문 검사를 통보하며 검체원이 직접할테니 모두 바지를 내리고 있으라는 말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 교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항문 검사를 한다며 아이들도 옷을 모두 벗겨놓고 있으라는 말에 놀랐다. 다들 엉덩이를 까야한다는 소식에 멘붕 그 자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더욱 놀랐던 것은 같은 호텔에서 격리를 하던 중국인들은 항문 검사 통보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이 교민은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결국 검체원의 직접 항문 검사가 아닌 분변 샘플 제출 형식으로 수모를 모면했다.
중국 정부가 항문 검사까지 나서는데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나 경증 감염자는 회복이 빨라 구강 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감염자의 분변이나 항문 검사는 핵산 검사시 호흡기보다 정확도가 높아 감염자 검출률을 높이고 진단 누락을 줄일 수 있다는게 중국 보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베이징의 호흡기 감염질병 전문의인 리둥은 "항문 검체 채취가 여건상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런 검사는 주로 격리 시설에 있는 중점 대상자들 중심으로 구강 검사와 함께 한다"고 소개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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