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바이 아메리칸' 감독 직위 신설…해외상품 구매 어려워질듯
"미 재건에 세금 쓰겠다"…트럼프 '바이 아메리칸' 정책 비판하며 "더 나아갈 것"
연방정부의 전기차 구매·인프라 재건 위한 미국산 제품 투자 계획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제품 구매를 우선하겠다는 기조를 천명하고 이런 내용이 담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 행정명령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산 상품 구매 확대를 위해 연방기관이 미국 기업과 근로자로부터 더 많은 상품·서비스를 얻도록 요건을 강화하도록 했다.
자재와 제품, 서비스를 외국이 아닌 미국에서 조달하도록 요구하는 기존의 '바이 아메리칸' 법률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 연방기관이 매년 직접 조달하는 제품 및 서비스는 6천억 달러(약 661조 원)에 달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새 정책은 연방 기관이 해외에서 물품 구매를 위한 '면제'를 얻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규모 연방 정부 조달 시장에서 외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부품과 노동력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6개월 이내에 미국산 제품을 규정하는 기준을 강화하도록 했다.
물품 구매를 더 엄격히 하는 새 규정 이행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관련 고위 직위도 신설된다.
관련 웹사이트를 만들어 다른 사업체들이 경쟁할 수 있게 해외 물품 구매를 위한 면제 요청을 공개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전 연설에서 "미국 제조업의 활력이 과거라는 것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미국 재건에 세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제조업, 노조, 중산층 등 미국 중추를 재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며 "이는 이 나라의 부가 아니라 노동에 보상한다는 단순한 전제에 기반한다. 미래의 핵심 토대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소규모 사업체를 포함하는 우리 경제 회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사회기반시설 건설 및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포함해 4천억 달러(약 442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 조달을 공약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 규정의 문턱을 높인 이민법 강화를 통해 미국 노동자 임금 인상을 목표로 한 '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미국 물품 구매, 미국인 고용)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가 그 이슈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수백억 달러의 세금이 외국 산업과 일자리 지원에 쓰였다면서 "기존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화하고, 더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이 대유행으로 미국 기업이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 산업을 활성화하고 외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장기 계획에는 연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기차를 구매하고 인프라 재건을 위해 미국산 제품에 투자하는 게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것을 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미래를 위한 경쟁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미래를 위해 오늘의 일자리뿐 아니라 내일의 산업과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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