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시장 정체에 신사업 모색…마케팅 역할 축소된 야구단 매각
KT, 통신계열사 파워텔 매각…사업재편 및 신성장동력 재원확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새해 초부터 통신업계가 통신 부문 계열사와 회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자회사까지 연이어 매각하고 있다.
급변한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인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신성장사업 발굴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에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매각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번 매각 이후 아마추어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한국 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의 배경이 경영상 어려움이나 자금 필요 등의 이유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신세계그룹이 야구단을 더 잘 운영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야구단을 인수한 2000년과 지금의 통신업이 경쟁상황은 물론 사업 비전도 완전히 변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내 이통시장은 2000년대 폭발적인 성장기를 구가했으나 현재는 전체 가입자가 7천만명을 넘어서는 등 정체 국면에 진입한 지 오래다. 기존의 대리점이나 집단상가 중심의 유통구조도 점차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빅테크·마케팅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SK텔레콤의 비전에 따라 앞으로 기업소비자간거래(B2C)보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이처럼 시장 환경이 완전히 변한 만큼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마케팅 수단으로 야구단의 중요성도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리고 때마침 신세계그룹의 매력적인 인수 제안이 오자 경영상 합리적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1천300억원이 넘는 매각 대금도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한 신성장사업 발굴이라는 그룹의 전략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Corp(코퍼레이트)센터를 통해 올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초협력으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우버 등과 제휴도 성사한 바 있다.
KT도 최근 무전기 기업 KT파워텔을 디지털 보안장비 제조업체 아이디스에 매각했다.
KT파워텔은 LTE와 5G로 급속히 진화한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2010년 1천270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2019년 627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KT가 통신사업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이번이 첫 사례다.
구현모 대표는 최근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로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하며 디지털 커머스 전문기업을 출범하기도 했다.
KT는 이번 KT파워텔 매각을 계기로 신성장 동력의 재원을 확보하고 신성장 사업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새로 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의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고비용 사업은 줄이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인수합병 시도가 많아질 것"이라며 "나아가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해 더욱 파격적인 사례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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