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성범죄자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사내 비판…결국 은퇴 선언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미국의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 탓에 사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리언 블랙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CEO가 70세 생일을 맞는 오는 7월 이전 은퇴하겠다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공동 창립자인 블랙은 CEO 자리에서 사임하더라도 이사회 의장 자리는 유지할 예정이다.
NYT는 블랙의 은퇴 선언은 미성년자와의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엡스타인과의 돈거래 때문이라고 전했다.
블랙은 엡스타인에게 2017년까지 5년에 걸쳐 1억5천800만 달러(한화 약 1천750억 원)를 지급한 사실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또한 블랙은 엡스타인에게 3천만 달러(약 331억 원)를 빌려준 사실도 드러났다.
블랙은 엡스타인의 조언에 힘입어 20억 달러(약 2조2천억 원) 상당의 절세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거액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NYT는 블랙이 엡스타인에게 미성년자를 소개받는 등 성범죄에 가담한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블랙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공동 창립자인 조슈아 해리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EO가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어울렸다는 사실 자체가 회사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엡스타인은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45년형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엡스타인과 돈거래를 한 블랙이 은퇴하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마크 로원이 CEO 자리를 맡게 된다.
블랙과 로원 등이 지난 1990년 창립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증권과 부동산 등 4천550억 달러(약 503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한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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