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학교가 '감염확산 진앙' 된다는 데이터 별로 없어"
교사연맹 회장 "아이들 사회적 고립…온라인수업은 대안 못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교육계의 절박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많은 나라가 등교 수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팬데믹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감염 위험보다 아이들이 장기간 학교에 가지 못해 받는 피해가 더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등교수업 재개를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들이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학교가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소논문을 26일(현지시간) 미 의사협회 저널(JAMA)에 실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소논문의 제1 저자인 마거릿 호나인 박사는 NYT 인터뷰에서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이 지속된 지난 1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봤을 때 학교가 요양원, 공장 등의 밀집 시설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집단 감염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들은 오히려 학교가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준수 등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다른 곳보다 안전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고 호나인 박사는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에는 애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의 수칙을 생각보다 잘 따른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CDC가 위스콘신주에서 마스크 착용을 잘하는 17개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의 감염 발생 건수가 지역사회 전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CDC 전문가들은 다만 등교 수업을 재개하더라도 실내 체육활동이나 단체 식당 이용 등 감염 위험을 높이는 활동은 여전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호나인 박사는 "학생들이 그룹으로 피자 파티를 여는 것은 안전하지 않지만 거리두기가 가능한 실외활동은 계속해도 괜찮을 것"이라며 "학교는 단지 교육뿐 아니라 아이들의 보건, 사회복지를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육자들이나 공중보건 전문가들도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만약 '셧다운'이 불가피하다면 학교는 '가장 늦게 문을 닫고,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랜디 와인가튼 미국교사연맹(AFT) 회장도 지난 24일 USA투데이에 기고한 칼럼에서 올봄 대면 수업 재개를 위해 교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랜디 회장은 많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방치되고 심지어 학대까지 당하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궁핍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온라인 수업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교육적 이유에서뿐 아니라 저소득 학생들을 위한 무료 급식 제공, 사회성 향상 등 학교가 할 수 있는 다른 많은 역할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대면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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